[사마천 사기 인문학] 세 개의 굴을 파는 지혜 – 교토삼굴의 현대적 통찰
인간은 미래를 알지 못한다. 그러하기에 인간의 역사는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지혜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기록된 '교토삼굴(狡兎三窟)'의 고사는 이천 년의 시간을 건너 우리에게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지혜를 전한다. 토끼가 세 개의 굴을 파는 이유는 하나의 굴이 무너지더라도 살아남기 위함이다. 이 단순한 원리 속에 인간 생존의 핵심 전략이 담겨 있다.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맹상군(孟嘗君)이 민왕의 미움을 사 재상 자리에서 쫓겨났을 때, 그의 식객 풍환(馮驩)은 앞날을 내다보는 세 가지 계책을 펼쳤다. 첫 번째 굴은 백성들의 지지였다. 이전에 설 땅 주민들의 빚을 탕감해 준 풍환의 선행 덕분에, 맹상군이 도착했을 때 백성들은 열렬히 환영했다. 권력은 움직이나 백성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이는 역사의 오랜 교훈이다.
두 번째 굴은 외교적 가치를 활용한 것이었다. 풍환은 위나라 혜왕에게 맹상군을 등용하면 제나라를 견제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단순한 논리가 때로는 생존의 열쇠가 된다. 맹상군의 가치가 외부에서 인정받자, 제나라 민왕은 그를 다시 불러들였다. 권력자의 마음이 바뀐 것은 맹상군의 쓸모가 다시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사에서 가치는 때로 생존보다 중요하다.
세 번째 굴은 제도적 안전장치였다. 풍환은 민왕을 설득하여 맹상군의 영지에 제나라의 종묘를 세우게 했다. 종묘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왕실의 정통성과 신성함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이로써 민왕이 다시 마음을 바꾸더라도 맹상군을 쉽게 제거할 수 없게 되었다. 인간의 마음은 변하지만, 제도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사마천은 이 이야기를 통해 단순한 역사적 사건을 넘어 인간 사회의 근본 원리를 포착했다. 그가 '사기'를 저술할 당시 한무제의 독재 아래에서 궁형이라는 치욕적인 형벌을 받았음에도 역사 서술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이러한 지혜의 전달이 그의 '세 번째 굴'이었는지도 모른다. 역사가의 붓은 때로 권력보다 강하다.
현대 사회에서 교토삼굴의 원리는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 한 가지 직업만으로는 미래를 보장받기 어렵다. 디지털 혁명과 인공지능의 발전은 예측불가능한 변화를 가속화한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스스로 여러 개의 굴을 파야 한다. 주력 직업 외에 부업을 준비하고, 다양한 스킬을 습득하며,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현대판 교토삼굴이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단일 사업에 모든 것을 걸었던 기업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앞에서 무너졌고, 사업 다각화를 이룬 기업들이 살아남았다. 국가 차원에서도 특정 산업이나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이 위기에 더 취약했음을 우리는 목격했다.
풍환의 지혜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권력자의 변덕, 인간관계의 취약함, 제도의 힘을 꿰뚫어 보았다. 그가 말하지 않은 교토삼굴의 네 번째 진리는 아마도 이것일 것이다: 미래는 알 수 없으되, 준비는 할 수 있다는 것. 불확실성이 확실한 세상에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여러 개의 굴을 파야 한다.
사마천이 붓을 든 지 이천 년이 지났지만,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작동 원리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교토삼굴의 지혜는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에게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를 가르친다. 한 개의 굴만 의지하는 토끼는 결국 사냥꾼의 덫에 걸리고 만다. 현명한 사람은 항상 다음 굴을 생각한다.
→ 인적 네트워크 구축, 사회적 신뢰와 평판 형성
→ 다양한 기술 습득, 여러 조직에서의 입지 확보
→ 법적 계약, 특허, 자격증 등 제도적 안전장치
- 주력 직업 외 부업 준비
- 다양한 스킬 습득
- 인적 네트워크 구축
- 사업 다각화
- 위기관리 시스템
- 브랜드 가치 제고
- 다자외교 관계 구축
- 경제적 다변화
- 사회안전망 구축
한 개의 굴만 의지하는 토끼는 결국 사냥꾼의 덫에 걸린다.
현명한 사람은 항상 다음 굴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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