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내공매거진/고전의 향기
생각 없는 공부와 공부 없는 생각의 함정
조우성2
2025. 6. 4. 12:32
[생각 없는 공부와 공부 없는 생각의 함정]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미혹되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2500년 전 공자가 제자들에게 던진 이 경고는 오늘날 정보 과잉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통해 쏟아지는 무수한 콘텐츠 속에서 우리는 정말 배우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소비하고 있는 것일까? 지식과 정보가 홍수처럼 밀려드는 이 시대에 진정한 배움이란 과연 무엇인가?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의 '망(罔)'은 그물처럼 얽혀 헤어날 수 없는 혼란 상태를 뜻한다. 현대인들이 빠져 있는 디지털 학습의 함정이 바로 이것이다. 유튜브 강의를 몇 시간씩 시청하고, 온라인 강좌를 연달아 수강하며, 베스트셀러를 한 달에 열 권씩 읽어치우지만 정작 그 지식이 자신만의 사유 체계로 내재화되지 못한다.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들어오는 족족 빠져나가는 지식들. 이는 학습이 아니라 정보의 단순 통과에 불과하다.
특히 SNS 시대의 '인포데믹' 현상은 이런 무사유적 학습의 전형을 보여준다. 140자 트윗, 15초 쇼츠, 3분 요약본으로 압축된 지식을 습득하며 스스로 박학다식하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깊이 없는 얕은 지식들은 서로 연결되지 못한 채 머릿속에서 파편화된 정보로만 남는다. 결국 많이 알지만 제대로 아는 것은 하나도 없는 '지식 빈곤' 상태에 빠지게 된다.
반대로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의 '태(殆)'는 위험한 편견과 독단에 빠지는 상태를 경고한다. 현대 사회에서 이런 현상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확증편향'과 '에코 체임버' 효과다.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정보 거품 속에서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만 반복해서 접하며, 다른 관점의 학습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생각만 되새기며 현실과 유리된 관념의 감옥에 갇히게 된다.
더 위험한 것은 이런 사람들이 자신을 '독창적 사상가'라고 착각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지식의 유입을 차단한 채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생각들을 창의적 아이디어라고 포장한다. 하지만 실상은 무지에서 비롯된 착각이거나, 이미 수백 년 전에 논의된 낡은 관념의 반복일 가능성이 높다. 진정한 창의는 폭넓은 학습을 바탕으로 한 비판적 사유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공자가 제시한 해법은 무엇인가? 놀랍도록 현대적인 그의 처방은 학습과 사유의 변증법적 결합이다.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때마다 '왜 그럴까?', '내 경험과 어떻게 연결될까?', '다른 해석은 없을까?', '이것이 내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라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다. 동시에 자신의 생각을 검증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새로운 지식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이런 균형 잡힌 학습법의 구체적 실천 방안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책을 읽을 때는 저자와 논쟁하는 마음으로 읽고, 강의를 들을 때는 강사의 주장에 대한 반박 논리를 생각해보며, 뉴스를 접할 때는 다른 관점의 기사도 찾아 비교해보는 것이다. 반대로 자신만의 생각이 떠올랐을 때는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찾아보고, 반대 의견도 적극적으로 탐색해보는 것이다.
결국 공자가 말한 진정한 배움이란 지식의 양적 축적이 아니라 질적 심화다. 하나를 배워도 그것을 자신의 삶과 연결시켜 체화하고, 하나를 생각해도 그것을 다양한 지식과 연결시켜 검증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25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학습의 본질이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우리가 접하는 모든 정보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자. 그 생각을 검증하기 위해 한 권의 책이라도 더 펼쳐보자. 쉽게 납득하지 말고,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 배움과 사유가 만나는 그 역동적 지점에서 진정한 지혜가 꽃피고, 우리의 삶이 한층 더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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