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공행상, 공정함을 향한 인류의 오랜 갈망
[개념탑재] 논공행상, 공정함을 향한 인류의 오랜 갈망
우리가 매일같이 대하는 뉴스 속 ‘성과급’이나 ‘인사고과’, ‘명예의 전당’ 같은 숱한 용어들. 그 이면에는 ‘논공행상(論功行賞)’, 곧 공을 논하여 합당한 상을 내린다는 인간 사회의 지고한 지혜가 자리한다. 이는 단순히 보상을 넘어, 각자의 기여를 인정하고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인류의 본원적 열망과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대서사다.
시간의 강물은 유유히 흐르고, 그 물결 위로 논공행상의 원칙 또한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해 왔다. 고대 사회에서 국가는 전쟁에서의 용맹함이나 행정에서의 탁월한 능력을 기려 부족의 생존과 번영을 꾀했다. 강건한 군사력을 기반으로 한 로마 제국에서는 퇴역하는 군인들에게 새로운 정착지나 토지를 하사하며 충성과 봉사에 대한 실질적인 ‘논공행상’을 행했다. 이는 제국의 확장을 위한 강력한 동기 부여였으며, 동시에 복잡한 사회를 통합하는 중요한 기제였다.
동양의 역사 또한 논공행상을 핵심적인 통치 원리로 삼았다. 유교적 이상을 숭상했던 조선 시대에는 국가에 큰 공을 세운 이들에게 ‘공신(功臣)’ 칭호를 부여하고 토지, 노비, 그리고 요직을 내렸다. 때로는 그 특혜가 후대까지 면면히 이어지기도 했으나, 불공정한 '위훈 삭제(僞勳削除)' 논란 또한 빈번하여 ‘논공행상’의 복잡다단한 면모를 드러내 보였다. 서양의 봉건 제도가 영주의 충성심과 군사적 공헌에 대한 대가로 토지와 작위를 수여하며 사회 질서를 유지했듯,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로에 대한 합당한 인정은 질서 유지와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였다.
근대로 접어들면서 논공행상의 개념은 더욱 정교해지고 복합적인 양상을 띠었다. 산업 혁명 이후 기업에서는 개인의 생산성과 기여도에 따른 성과급 제도가 도입되었고, 과학과 예술 분야에서는 노벨상이나 퓰리처상 같은 세계적인 권위의 시상식이 탄생했다. 오늘날 인류 전체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이들에게 수여되는 노벨상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논공행상’의 상징 중 하나다. 그러나 그 선정 과정과 기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으며, ‘완벽한 논공행상’이란 얼마나 지난한 과업인가를 여실히 증명한다.
"진정한 정의는 각자에게 마땅한 것을 돌려주는 것이다." 플라톤이 『국가』에서 역설했듯이, 논공행상은 인간 사회가 지향해야 할 정의로운 분배의 핵심에 놓인다. 물론 완벽한 논공행상은 현실적으로 도달하기 어려운 이상일 수 있다. 그러나 불완전할지라도 공정함을 향한 우리의 끊임없는 노력은 사회의 건강한 발전과 모든 구성원의 동기 부여에 필수적인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결국 논공행상은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어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이자,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오래고 깊은 염원이 담긴 행위이다.
상선벌악(賞善罰惡)
『주역(周易)』 또는 『상서(尙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