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와 면도날의 깨달음
[가위와 면도날의 깨달음]
아침, 책상 위에 놓인 가위를 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왜 우리는 둘로 나누는 도구에 '날'이 두 개 필요할까? 하나로는 부족한 걸까?
중세 영국의 수도사 오캄은 "존재는 불필요하게 증가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면도날 하나로 수염을 깎듯, 우리의 사고도 단순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복잡함을 지혜로 착각하게 되었다. 스마트폰 하나에 수백 개의 기능을 넣고, 설명서는 점점 두꺼워지고, 삶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동양의 선(禪)에서는 '하나'를 중요시했다. 붓 한 획으로 우주를 그리고, 차 한 잔에서 삶을 본다. 반면 서양은 분석과 해체를 통해 진리를 찾아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물리학자들이 궁극의 통일이론을 찾으려 할 때, 그들은 다시 '하나'로 돌아간다.
복잡함은 무지를 가리는 장막일 뿐이다. 진짜 지혜는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능력이다. 아인슈타인도 말하지 않았던가? "모든 것을 가능한 한 단순하게 만들되, 그보다 더 단순하게는 말라."
그런데 단순함을 찾는 길은 의외로 복잡하다. 수많은 경험과 지식의 숲을 헤매다 비로소 열리는 단순함의 문. 선승이 평생을 참선해 깨달은 것이 결국 '밥 먹고 물 마시는' 일상이었듯이.
가위를 보며 생각한다. 두 날이 만나는 지점에서 비로소 종이는 나뉜다. 어쩌면 단순함과 복잡함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둘이 만나는 지점에서 비로소 우리는 무언가를 자르고, 선택하고, 깨닫는다.
오캄의 면도날로 삶의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낼 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너무나 단순해서 우리가 잊고 있던 본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