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와 나침반 - 기분과 태도
[파도와 나침반 - 기분과 태도]
아침, 창밖을 보니 햇살이 눈부시다. 문득 기분이 좋아진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도 귀가 열리고, 커피 향은 유난히 그윽하다. 이것이 '기분'이다. 예고 없이 찾아와 우리 마음의 창에 무지개를 그리거나, 때로는 먹구름을 드리우는 변덕스러운 손님. 어제는 분명 같은 창밖 풍경이었건만, 그때의 나는 왜 그리 무거웠던가.
기분은 마치 바다의 파도와 같다. 잔잔하다가도 순식간에 집채만 한 크기로 변해 우리를 덮치기도 한다. 슬픔의 파도, 분노의 해일, 좌절의 소용돌이. 그것들은 우리의 배를 흔들고, 때로는 전복시킬 듯 위협한다. 그러나 파도는 지나간다. 아무리 거세도 영원히 머물지는 않는다. 문제는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는 그 파도를 어떻게 견뎌내는가이다.
여기서 '태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태도는 파도처럼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 우리의 경험과 생각, 가치관이 쌓여 만들어진 내면의 나침반이다. 혹은 바람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와 같다. 똑같은 거친 파도를 만나도, 어떤 배는 좌초하고 어떤 배는 항해를 계속한다. 그 차이는 배의 튼튼함일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항해사의 '태도'일 것이다. 폭풍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이성, 그리고 언젠가 폭풍이 지나갈 것을 믿는 희망. 이것이 태도이다.
동양의 옛 선비들은 '심경(心情)'을 다스리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마음의 밭을 갈고 가꾸어 감정의 잡초가 무성해지지 않도록 했다. 이는 단순히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것에 휘둘리지 않는 '태도'를 기르는 과정이었다. 서양의 스토아학파가 외부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추구했듯, 결국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은 변덕스러운 '기분'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태도'를 구축하려 노력해왔다.
하지만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이 고개를 든다. 과연 우리는 '기분'과 '태도'를 칼로 자르듯 분리할 수 있는가? 기분이 태도를 만들고, 태도가 기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가? 늘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려는 사람도 때로는 깊은 슬픔에 잠길 수 있고, 나쁜 기분에 사로잡혀 평소와 다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기분은 순간의 진실이고, 태도는 지속의 진실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삶은 이 두 진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속에서 펼쳐지는 드라마가 아닐까.
어쩌면 '기분'은 우리에게 솔직함을 가르치고, '태도'는 우리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스승일지도 모른다. 순간의 감정에 귀 기울이되, 그것에 압도당하지 않고 삶의 큰 그림을 향해 나아가는 힘. 그것이 '태도'가 주는 지혜일 것이다. 우리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며 새로운 기분과 마주하지만, 어떤 태도로 그 하루를 살아갈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결국 우리의 삶이라는 바다 위에서, '기분'이라는 파도는 언제나 일렁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파도에 휩쓸려 길을 잃을 것인가, 아니면 '태도'라는 나침반을 따라 묵묵히 항해를 계속할 것인가이다. 당신의 배는 지금 어떤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가? 그리고 그 방향은 당신의 '기분' 때문인가, 아니면 당신의 '태도' 때문인가?
* 인포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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