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27. 01:08

 

5: 윈윈협상을 위해서는 쟁점 만들기(Issue-Making)이 필요하다.

 

1. 협상에서 교착상태에 빠지는 이유

 

. 협상 불가능한 이슈에 대해 집착할 때

 

협상을 진행하다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교착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그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원인이 도저히 타협이 불가능한 쟁점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타협을 보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타협이 불가능한 쟁점이 어디 있어요? 결국은 협상가의 능력 문제지.’라고 반문할 수도 있으리라.

 

이런 이야기가 있다.

 

큰 어선이 밤 바다를 항해하는데 앞에서 불빛이 비쳐온다. 어선에서는 방송을 한다. “우리 항로 앞을 비키시오.” 그러자 상대편에서는 당신들이 항로를 바꾸시오.”라고 대답한다. 어선측에서는 무슨 소리요. 우리는 지금 항로를 바꾸기 곤란하오. 당신들이 항로를 바꾸시오.”라고 화를 낸다. 하지만 상대편은 당신들이 항로를 바꾸시오.”라고 다시 대답한다.

화가 난 어선측은 우리는 2만 톤급 대형 어선이란 말이오.”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상대편은 대답한다. “여기는 등대고, 나는 등대지기요.”

 

위 사례에서 등대는 결코 자신의 위치를 바꿀 수 없다. 실제 협상을 하다보면 협상 현장에서는 도저히 양보하지 못하는 쟁점과 선()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자신의 주장을 계속하면서 그 쟁점에서 상대방의 양보를 얻어내려고 노력하다보면 그 협상은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중도에서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 윈윈 협상에 대한 잘못된 인식

 

당신은 지금 관광지에서 기념품을 사려고 한다. 당신의 마음에 든 기념품에 붙어있는 가격표에는 5만 원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하지만 당신은 3만 원에 그 기념품을 사고 싶다. 그 때부터 흥정에 들어갔다. 결국 당신은 4만 원에 그 기념품을 샀다. 과연 이 경우 윈윈협상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엄밀히 말하자면, 당신은 3만 원에 사고 싶었는데 만 원을 더 준 것이고, 기념품 가게 주인 역시 5만 원을 받고 싶었는데 흥정 과정에서 만 원 덜 받은 결과가 되었다. 결국 윈윈(win-win)이 아니라 루즈루즈(lose-lose)의 결과이다.

 

우리는 쉽게 윈윈협상을 하라라고 말하지만, 위 사례처럼 가격이라는 단일 쟁점을 가지고 양측의 입장이 대립될 때 쌍방이 다 만족할 만한 윈윈협상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 그렇다면 여러분은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협상과정에 도저히 협상불가능한 이슈를 만나거나 하나의 쟁점 밖에 없는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바로 이 때 해야 할 일이 이슈를 만드는 일, 즉 이슈메이킹, 쟁점만들기이다.

 

2. 쟁점 만들기 사례연구

 

. 사례

 

()촉한(蜀漢)전자의 구매담당이사인 장비는 최근 ()위위전자측으로부터 전산장비 TM-100 300대를 납품받는 문제와 관련해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촉한전자의 입장에서는 TM-100 1대당 50만 원 이하로 구매하고 싶은데, ()위위전자측의 대표이사인 조조는 워낙 깐깐하게 굴면서 1대당 55만 원 이하로는 절대 팔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촉한전자가 구매자 입장이긴 하지만, 사실 TM-100이란 제품은 위위전자의 특허권에 기초한 제품으로서, 촉한전자가 다른 곳에서 이 제품을 구매하기란 힘들다.

 

따라서 사실상 협상력(nego-power)는 위위전자가 더 큰 셈이다.

 

벌써 2달째 구매단가 문제와 관련해서 위위전자와 씨름을 하고 있는 장이사로서는, 뾰족한 타개책이 발견되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경영기획담당 제갈량 이사는 이렇게 조언을 한다.

 

제갈량 : 장이사님, 지금까지 상황으로 봐서는 위위전자가 단가를 더 낮춰줄 것 같지는 +않지요?

 

장비 : 그런 것 같소이다. 사실 이 친구들은 특허권을 갖고 있기도 하고 또 단가문제에 대해서는 대단히 엄격한 것 같아요.

 

제갈량 : 위위전자가 단가문제에 민감한 이유는 뭘까요? 이 제품을 우리 말고 다른 곳에도 납품을 하고 있는가요?

 

장비 : 국내에도 다른 기업에 몇 군데 납품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알아본 바로는 단가가 다 동일하더군요. 55만 원 아래로 내려간 곳은 없긴 합디다.

 

제갈량 : 사정이 그렇다면, 제가 위위전자 입장이라도 단가를 낮추기는 힘들 것 같아요. , 위위전자측에서 본다면, ‘단가는 건드리기 힘든 요소인 것 같습니다. 계속 여기에 매달려봐야 답이 안나올 것 같습니다.

 

장비 :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유비 대표이사님께 뭔가 만족할 만한 계약결과를 올려야 할텐데.

 

제갈량 : 각도를 좀 틀어서 다른 쟁점을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장비 : , 각도를 틀어서요?

 

. 현재 쟁점이 융통성을 갖기 힘든 쟁점인지를 냉정히 파악하라.

 

위 사례에서 장비 이사는 구매할 물품의 계약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협상을 해왔다. 하지만 위위전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러한 협상의 교착상태는 장비 이사의 낮은 협상력 때문이라기보다는 위위전자가 제품 단가에 대해서는 구조적으로 융통성을 갖지 못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위위전자는 동일한 제품을 여러 곳에 납품하고 있는데, 납품처마다 단가를 달리 책정한다면 이는 금방 시장에 소문이 나서 다른 납품처의 원성을 들을 우려가 있고, 이는 결국 전체적인 납품단가 인하라는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게 될 수도 있다.

 

결국 위위전자에게 있어 납품단가는 건드리기 힘든, 협상의 폭이 거의 없는 쟁점이다. 그런데도 장비 이사가 지속적으로 납품단가에 대해서만 협상을 하려 한다면 이 협상은 결코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가 없다. 제갈 량 이사는 바로 이 점을 지적한 것이다.

 

. 새로운 쟁점을 파악하라.

 

이 상황에서 장비 이사는 과연 이 협상에서 얻어내야 할 것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장비 이사는 마치 납품 단가를 낮추는 것이 협상의 목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장비 이사의 목표는 오히려 촉한전자에게 궁극적으로 유리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좀 더 거시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촉한전자에게 있어서 단가를 낮추는 것은 유리한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 될 수는 있겠지만, ‘단가를 낮추는 것자체가 유리한 계약을 체결하는 것과 동일시될 수는 없다는 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촉한전자에게 유리한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 단가외에 어떤 쟁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인가?

 

. 납품계약에서의 다양한 쟁점들

 

장비 이사는 제갈 량 이사의 조언을 듣고서, 보다 큰 시각에서 납품계약을 분석해 보기로 했다. 생각을 달리해 보니 단가 외에도 다양한 쟁점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1) 납기 문제 : 촉한전자로서는 납기를 2주일씩만 줄일 수 있어도(, 2주일씩만 빨리 받을 수 있어도) 가공 라인의 운용에 있어 큰 경비 절감을 이룰 수 있다.

 

(2) 결제 시기 문제 : 단가는 낮추지 않는다 하더라도 결제 방식에 있어 현금, 1개월 만기 어음, 3개월 만기 어음, 6개월 만기 어음 등 다양한 option 중에서 촉한전자가 6개월 만기 어음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다면 이는 촉한전자의 현금흐름(cash-flow)에 큰 도움이 된다.

 

(3) 기술지원 문제 : 촉한전자가 구매하는 장비는 하이테크 제품이기에 구입한 다음에도 재가공을 위해서는 위위전자의 전문인력들이 신속하게 도움을 줘야만 한다. 따라서 촉한전자로서는 위위전자측의 전문인력에 의한 기술지원에 대해서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규정해 놓음으로써 실질적인 비용절감의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4) 업그레이드시 지원의 문제 : 이 제품은 그 순환주기(life cycle)가 짧은 편이라 계약 기간 중에 업그레이드 제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계약기간 내에 만약 업그레이드 제품이 출시될 경우, 기존 금액으로 업그레이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면 촉한전자에게는 아주 좋은 결과가 된다.

장비 이사는 막상 단가 쟁점에서 벗어나 좀 더 거시적인 눈으로 위위전자와의 계약 전체를 살펴보니 다양한 쟁점이 도출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쟁점 외에도 A/S 기간의 연장 문제, 안정적인 제품 공급을 보장받기 위해 당초 계약기간 1년을 3년으로 연장하는 문제, 영업상 필요한 경우에는 샘플제품을 30개 정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문제 등을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다양한 쟁점을 기반으로 한 협상 진행

 

장비 이사는 위위전자와의 협상을 진행함에 있어 기존의 단가협상에 더하여 다양한 쟁점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위위전자도, ‘단가문제는 워낙 융통성이 없어 빡빡한 입장을 보였지만, 의외로 결제 조건이나 납기, A/S 등에 있어서는 상당한 융통성을 보여 주었다.

 

결과적으로 장비 이사는 단가부분은 위위전자측의 제안(55만 원)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외의 계약조건인 결제 조건, 납기, A/S 등에 있어서는 촉한전자에 유리한 내용으로 계약서에 삽입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일로 인해 유비 대표이사로부터 훌륭한 협상을 진행했다는 칭찬을 들을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3. 쟁점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욕구나 숨은 욕구를 잘 파악해야 한다.

 

일반인과 전문 협상가가 협상을 할 때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 바로 이와 같은 쟁점만들기이다.

일반인은 하나의 협상 상황에서 다양한 쟁점을 찾아내지 못한다. 당장 눈앞에 제시된 쟁점이 마치 유일한 쟁점인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전문 협상가는 협상 상황에서 어떻게든 다양한 쟁점을 찾아 내고야 만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회사 측 인사담당자로서 연봉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직원과 협상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가정하자. 연봉협상에서 중요한 쟁점은 무엇이 있을 수 있을까? 아마도 당신은 연봉협상이면 당연히 연봉 액수가 쟁점 아니겠어요? 다른 쟁점이 뭐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할 것이다.

 

이 협상의 쟁점을 연봉의 액수 자체만으로 한정시킨다면 서로 협상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적어진다. 하지만 교육기회의 제공’, ‘학자금 대출규모의 확대’, ‘희망부서로의 전환배치와 같은 추가 쟁점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훨씬 다양한 선택의 폭을 갖고 융통성 잇는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Hidden Interest에서 인용한 미국 NFL 프로볼 사례를 다시 생각해 보자.

 

시즌이 끝난 후 올스타전에 참석하기를 꺼려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만약 NFL 협회 담당자들이 수당()’이라는 쟁점으로 협상을 하려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엄청난 연봉과 광고비를 받고 있는 스타플레이어들을 돈으로 설득하려면 아마도 협회의 예산이나 입장권 수입으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협회 담당자들은 슬기롭게도 이라는 쟁점(수당 많이 줄게)을 뛰어 넘어 가족이나 연인과 보낼 수 있는 휴가기회의 제공이라는 쟁점을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상대방의 욕구나 숨은 욕구(시즌 내내 가족과 떨어져 있었는데 시즌이 끝났으면 이젠 가족과 있고 싶다)를 잘 간파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처럼 협상 상황에서 유효한 쟁점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욕구를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협상의 목적은 하나일 수 있지만, 그 목적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쟁점)은 다양할 수 있다(‘서울로 가야 한다는 목적은 하나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교통수단과 다양한 노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4. 쟁점을 만든 다음엔 이를 교환해야 한다.

 

다양한 쟁점을 만든 다음에는 이를 교환해야 한다.

 

여러 쟁점을 동시에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Give & Take를 진행하라. 협상을 서로 교환할 때 가장 바람직한 것은, 자신에겐 중요한데 상대방은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쟁점을 취하는 대신, 상대방은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자신에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쟁점을 상대방에게 양보하는 것이다.

 

막상 다양한 쟁점들을 도출해 놓은 다음 이를 살펴보면, 각 쟁점별로 나에게 주는 의미가 동일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바로 이러한 차이 때문에 서로에게 만족할 만한 교환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납품계약을 함에 있어 구매자인 입장에서는, ‘납기라는 쟁점은 절대 포기할 수 없지만(반드시 1231일까지 공급되어야만 한다), ‘대금부분은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면(납기와 품질만 만족한다면 상대방이 요구하는 수준의 단가는 충분히 맞춰 줄 수 있다), 갑에게 있어 납기라는 쟁점이 대금이라는 쟁점보다 더 중요하다.

 

반대로 공급자인 입장에서는 현재 유휴 개발자가 많기 때문에 납기를 맞춰 주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고, 심지어 1215일까지 납품해 달라는 요구에도 응할 수 있지만, 원가 압박을 받고 있는 입장이라 대금부분은 도저히 양보하기 힘들다면, 을에게 있어 대금이라는 쟁점이 납기라는 쟁점보다 더 중요하다.

 

갑과 을이 협상과정에서 서로에게 어떤 쟁점이 중요한 지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면 대금부분은 을의 입장에 맞추고, ‘납기부분은 갑의 입장에 맞출 경우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협상을 하게 될 것이다.

 

 

 

 

 

 

5. 계약상 을 위한 조언

 

변호사 업무를 하다보면, ‘저희는 이라서 이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어요. 말을 안 들을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라는 하소연을 자주 듣는 편이다.

 

자신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는 상대방()과 협상을 진행하는 의 솔직한 고백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경우에도 절대 지레 짐작으로 포기하지 말고 다양한 쟁점을 만들어 내 보라고 권유한다.

즉 내가 비록 이라 하더라도 이 제안하는 조건을 그대로 수용해야만 한다는 패배감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갑으로부터 자그마한 양보라도 얻어내려면 어떤 식으로든 내 요구사항을 만들어야 한다(쟁점 만들기). 내가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는데, 갑이 먼저 자신의 입장을 양보하는 일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을의 입장에서 면밀히 갑의 상황과 욕구를 파악해 보면, 의외로 갑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쟁점을 발견할 수 있다.

 

오히려 갑 보다는 을의 입장에서 더 많이 상대방을 연구하여 다양한 쟁점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판단이다.

 

 

 

 

 

 

Posted by ETHOS 조우성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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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효지 2012.05.27 01: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쟁점을 다양화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군요 상대방의 Wants를 꼼꼼히 파악하고 상대방과 나의 Wants가 부딪치지 않게 잘 조율해 나가는 것도 능력인 것 같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