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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 변호사의 협상력 증강공식 ISG : 상대방의 Interest에 집중한 사례연구(1)

협상/협상하는인간

by 조우성변호사 2012. 5. 13.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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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강 : 상대방의 Interest에 집중한 사례연구 (1)

 

1. 사례 : 하나의 귤을 서로 갖겠다고 다투는 자매, 어떤 방법이 있을까?

 

대부분의 협상론 책에 나오는 사례이지만, 그만큼 상대방의 interest에 집중할 필요성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례라서 다소 중복되는 감이 있더라도 소개하고자 한다.

 

자매가 귤 하나를 놓고 서로 가지려고 싸운다. 곁에서 지켜보던 엄마가 가장 합리적인 타협책을 제시한다. 반씩 나눠가지라고.

 

그런데 막무가내다. 자매는 각자 기어이 완전한 한 개의 귤을 가지고 싶다고 주장한다. 자, 이런 상황에서 귤을 절반으로 잘라서 나눠 주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과연 존재하기나 할까?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단계가 하나 빠졌다. ‘왜 귤을 갖고 싶어할까?’라는 필요성에 관해서는 아직 파악이 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서 대부분 ‘그거야 물어볼 것도 없지 않소? 그야 당연히 귤을 먹으려고 그러는 것이지!’라는 대답을 할 것이다.

 

협상을 함에 있어 우리가 빠지기 쉬운 함정은 바로 ‘그거야 물어볼 것도 없이 당연한 것이잖소?’라는 ‘당연 도그마’에 빠지는 것이다. ‘귤을 갖고 싶다’는 언제나 ‘귤을 먹고 싶다’와 같은 의미일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협상가는 당연할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도 ‘상대방의 진정한 욕구(Interest)’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도저히 타협이 될 것 같지 않아 씩씩거리는 자매를 떼어놓은 엄마는 진지하게 물어 본다. 왜 귤이 필요하냐고.

 

그랬더니 언니는 ‘귤이 먹고 싶다’는 답을 하는데, 동생은 예상 외의 답을 한다.

 

동생은 최근 자연시간에 귤껍질을 활용한 비타민 C 추출방법에 대해서 배웠는데, 막상 귤을 보니 그 실험을 제대로 해보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완전한 하나의 귤껍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하나밖에 없는 귤 껍질을 까서 귤 알맹이는 언니에게 귤 껍질은 동생에게 건네면 된다.

 

만약 귤을 반으로 잘라서 자매에게 나눠주면 자매는 둘 다 불만스러워 할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의 진정한 욕구를 파악하고 나니 자매 둘 다에게 만족스런 결과가 도출되었다.

 

혹시 이런 사례는 지극히 예외적인 것이라 생각하는지? 의외로 그렇지 않다.

 

 

모든 사람의 지문(指紋)이 다 다르듯이 사람들의 욕구도 상당히 다양하다. ‘당연히 그렇지 뭐’라는 당연 도그마는 훌륭한 협상가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버려야 할 나쁜 습관이다.

 

 

2. 사례 2 : 갑자기 연봉인상을 강력히 요구하는 핵심프로그래머를 어떻게 설득하나?

 

촉한(蜀漢)전자의 총무이사인 관우는 최근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 촉한 전자의 핵심 프로그래머인 ‘마속’대리가 연봉협상을 앞두고 1,000만 원 정도의 연봉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마속 대리가 대단히 뛰어난 프로그래머인 것은 사실이지만, ① 다른 직원들의 연봉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하고, ② 무엇보다 회사 사정상 그렇게 큰 폭으로 연봉을 올려주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마속대리는 경쟁사인 (주)위위전자로부터 이미 스카웃 제의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촉한전자로부터 받고 있는 연봉보다는 물론 인상된 금액을 제시받은 것이 분명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촉한전자의 대표이사인 유비는 관우 이사에게 ‘어떻게든 마속을 잡으라. 다만 연봉 인상폭은 최소로 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지난번에 1차로 연봉협상자리에 앉았을 때 마속 대리는 상당히 강경한 입장이었다.

 

마속 대리는 당시, 자기는 1,000만 원 정도의 인상분을 적용받을 만큼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다소 당돌한 발언까지 하는 것으로 보아 협상진행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예상이 관우 이사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연봉 인상폭은 최소로 줄이되, 마속 대리를 경쟁사에는 뺏기면 안 되는 이 상황, 관우이사는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이 상황에서 관우이사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마속 대리가 연봉을 올려 달라고 하는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 좀 더 깊이 파고드는 것이다.

 

‘연봉 올려 달라는 거야 뭐 별 이유가 있겠어? 당연히 연봉 더 받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아냐?’라고 쉽게 치부할 수도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속대리가 큰 폭의 연봉인상을 요구하는 이유를 진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사실 마속 대리는 초등학교 4학년 딸아이 때문에 고민이 많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왕따 당하고 있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고, 몇 가지 해결방안을 모색했으나 쉽지 않아 일단은 전학을 가야겠다는 결정을 내린 상태다.

 

그런데 전학 갈 동네는 집값이 지금 사는 곳보다 더 비쌌기에 상당한 연봉의 인상을 이끌어내든지 아니면 전직(轉職)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관우이사는 마속과 속 깊은 대화를 통해 이런 상황을 다 알게 되었다. 관우 이사는 공교롭게도 수년 전에 아이의 왕따 문제로 힘들어했던 경험이 있어서 마속의 마음이 얼마나 괴로울지 공감이 갔다.

그래서 이런 대안을 제시했다.

 

① 주택 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회사에서 주거래 은행을 통해 장기 저리 대출을 알선해 주겠다. 더욱이 회사가 연대보증까지 서준다면 조건이 더 좋아질 것이다.

 

② 다만 회사가 아무 이유 없이 마속 대리의 대출금에 대해서만 연대보증을 서 준다면 문제가 될 수 있고, 나아가 다른 직원들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으니, 마속의 퇴직금에 대해서는 회사에게 담보권을 설정해 달라. 그러면 회사는 일정한 담보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므로 정당성이 확보된다.

 

③ 아울러 관우 이사의 친구 중에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는 의사가 있는데, 마속의 아이가 그 곳에서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으면서 마음을 위로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사실 마속 대리 입장에서도 연봉을 1,000만 원 더 받는다고 해서 주택자금이 완전하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더욱이 새로운 직장에 가서 과연 동료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적잖이 걱정되는 바가 있었다. 그래도 당장 돈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 연봉인상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인데, 이렇게 회사에서 장기 저리의 대출을 알선해 준다면 경제적인 부담은 훨씬 줄어 들게 될 것이며, 나아가 심리상담까지 알선해 준다고 하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관우이사는 자신의 딸이 어떻게 왕따 과정을 극복했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면서, 마속의 아이와 자신의 딸을 한 번씩 만나게 하자고까지 제안을 했다. 마속은 목에 걸려 있던 그 무언가가 쑤욱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대신 연봉은 300만 원 인상 선에서 서로 기분좋게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만약 관우이사가 ‘지금 우리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좀 양보해달라’는 식으로만 설득하려 했다면 아마도 마속은 경쟁사로 이직했을 것이다. 하지만 관우이사는 현명하게도 마속의 정확한 욕구를 파악하려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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