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9. 03:04

'협상력 증강공식'이 나오게 된 배경


가. 협상력에도 공식을 만들 수 있을까?

 

1997년부터 소송 전문 변호사로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내가 담당하는 대부분의 일이 ‘협상 과정’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체계적으로 협상을 배운 적은 없지만 법정에서의 치열한 공방, 상대방을 설득시키기 위한 다양한 논리개발 그 과정 자체가 생생한 협상 과정이었기에, 사후적으로나마 ‘도대체 협상은 어떤 논리에 의해 진행되는지’에 대한 의문과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2005년경부터 ‘협상’, ‘설득’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책들을 전부 구입해서 읽어나갔다. 그 책들을 읽어가다보면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공식이 정립될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었다.

 

전공이 법학이고 소송전문 변호사로서의 길을 걷다보니, 내게는 무엇이든 체계화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썩 바람직하지 않은 직업병이 있다. 그래서 협상력 역시,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몇 개의 인자(因子)를 추출할 수만 있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협상력 증강의 비밀을 풀 수 있지 않겠느냐는 강렬한 열망에 휩싸였었다. 이하에서는 필자가 협상력 증강공식을 만들게 된 과정을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나. 현란한 협상 Skill에 탐닉

 

 

처음에 필자가 관심을 갖게 된 부분은 협상의 전술, 기법(Skill) 부분이었다. 특히 미국 서적의 경우 협상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법에 대한 설명이 많았다.

 

내가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이 요구하라는 Aim-High, 일단 상대방의 요구조건에 대해서는 거절부터 하고 시작하라는 Say-No, 그 동안의 인간적인 관계 때문에 야박하게 대하기 힘들 경우에는 같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역할을 분담해서 착한 역할과 나쁜 역할을 구분짓는 Good Guy, Bad Guy 등.

 





인간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이러한 협상 기법들을 접하고는, 마치 삼국지의 관운장이 청룡도를 얻은 듯 자신만만한 느낌이 들었다. 그 누구를 상대해도 이 기법을 활용하면 내가 원하는 협상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다. Skill 보다 더 중요한 상대방의 욕구(Interest)에 관심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러한 나의 생각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필자가 고등학교 시절에 남학생들에게 아주 인기를 끌던 영화 시리즈로 ‘람보 시리즈’가 있다. 그 시리즈 중 2탄인 ‘람보 2’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미군 지휘부는 베트남전에서 돌아온 뒤 은둔생활을 하는 존 람보를 다시 작전에 투입시키려 한다. 베트남에 생존해 있는 미군포로가 첩보 위성에 포착되었기 때문이었다. 독특한 기후와 지형을 갖춘 베트남 정글지역에 보낼 만한 적임자로는 그 곳에서 오랫동안 전투를 했고, 포로생활까지 했던 존 람보뿐이었다.

 

존 람보는 내키지 않았지만 옛 상사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그 임무를 수행하기로 한다. 미군 지휘부는 람보에게 말한다. ‘그 동안 우리 무기가 아주 많이 발달했다. 말만 하라. 다 조달해 주겠다.’

 

하지만 람보는 그 제의를 거절한다. 그리고는 자기가 직접 무기를 제조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큰 활과 화살촉 앞에 폭탄을 장착한 한 특수화살까지 준비한 대목이었다.

 

람보는 정글지역의 특성을 감안할 때, 소음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명중했을 때 폭발력이 큰 활과 화살을 ‘필살무기’로 선정한 것이었다.

 





즉, 아무리 좋은 무기가 많아도 내가 싸워야 할 곳이 정글이면 정글에 맞는 무기를, 시가지이면 시가전에 맞는 무기를, 해상이면 해상전에 맞는 무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가 그 장면 속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앞서 내가 탐닉했던 협상의 다양한 Skill들은 다양한 무기 그 자체이다. 하지만 실제 전투를 하러 나갈 때는 그 전장(戰場)에 맞는 무기를 들고 나가야만 한다. 즉, 무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싸워야 할 장소와 대상이라는 데 생각이 미친 것이다.

 

이를 협상에 빗대어 설명해 본다면, 내가 협상할 대상이 누군가, 그리고 그 사람은 어떤 성향이고 어떤 관심사를 갖고 있으며, 그의 욕구가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무기 조달보다 더 선행되어야 하고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 때 나는 무릎을 쳤다. ‘그렇구나! 결국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협상을 할 상대방의 욕구, 관심사 등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Skill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Interest’(욕구, 관심사 등을 포괄하는 단어로서 Interest를 쓰기로 했다)라는 것을 깨닫고는

 

『NP(nego power ; 협상력) = I (Interest) x S (Skill)』

 

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놓고는 아주 좋아했다.

 

 

라. 궁극의 인자(因子) : Good Will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누군가를 만났는데 그 사람이 정말 현란한 화술을 구사하고(Skill이 뛰어남), 어쩌면 그리도 내 속마음을 잘 아는지 놀랄 지경이다(Interest 파악도 우수).

 

자, 과연 이런 사람이 여러분을 설득할 때 여러분은 쉽게 설득이 될까? 물론 설득이 될 수도 있겠지만 ‘뭐지? 이 사람의 정체는?’이라면서 오히려 경계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아직 우리는 그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리가 누군가를 신뢰한다면, 설령 그 사람의 표현법이 세련되지 못하고(Skill의 부족), 내 속마음을 예민하게 파악하지 못해도(Interest 파악 부족), 그 사람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가?

 

나아가 그 사람이 ‘좋으면’ 내가 손해 보는 거래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다시 머리가 복잡해졌다. 충분한 Skill과 상대방의 Interest, 이 두 가지 인자(因子)만 충족이 되면 협상을 잘 해 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본질적인 부분이 빠져 있음을 느낀 것이다.

 

그 본질적인 부분은 바로 ‘협상, 설득을 하는 주체(話者)의 신뢰감, 호감도’였다.


이 인자(因子)는 앞선 Skill, Interest보다 훨씬 중요한 인자였다. 이 인자를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선의’, ‘배려’, ‘사심없는 마음’을 의미하는 ‘Good-Will'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냈다.

 

결국 사람 자체를 신뢰도 있게 만들어 주는 그 속성, 이를 G(Good-Will)이라 부르기로 정했고, 세 인자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를 반영하기 위해 G에는 ‘제곱’을 붙이기로 했다.

 

그 결과 탄생한 협상력 증강공식이 바로

 

『NP = I (Interst) x S (Skill) x G2 (Good Will)』

 

이다.

 





마. 상대를 배려하는 따뜻한 협상

 

‘현란한 Skill에 대한 수집’에서 비롯된 협상론 공부가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지나 결국 ‘나 스스로가 얼마나 주위 사람들에게 신뢰도 있는 사람으로 비쳐지는가’라는 문제로 귀결되는 이 6개월 간의 여정 속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큰 깨달음을 얻었다.

 

“좋은 협상은 ‘좋은 사람’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협상론은 단순히 테크닉을 공부하는 학문이 아니라 자신을 갈고 닦는 다른모습의 자기계발이라는 사실은 내게 큰 울림으로 돌아왔다.

 

자, 이제 준비운동은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세 인자인 I, S, G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는 흥미로운 여행을 떠나보자.

 

 

 

 

Posted by ETHOS 조우성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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