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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변호사의 멘토 사마천(3) 계명구도

나를 세우는 ETHOS/Thoghtful

by 조우성변호사 2012. 11. 17.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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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 변호사의 멘토 사마천(3) 계명구도(鷄鳴狗盜)



사마천 사기(史記)에 나오는 고사성어나 좋은 문장과 제 경험을 엮은 '멘토 사마천'을 연재합니다. 

 



지인인 S사의 김사장.


“직원을 뽑을 때 소위 스펙 위주로 많이 뽑았는데요. 막상 같이 일해보면 스펙 그거 의외로 헛다리 짚는 경우가 많더군요.”


최근에 중요 거래처에서 1억 원을 수금한 얘기를 꺼냈다.


5,000만 원이나 미수금이 깔려 있는 업체.

처음엔 2,000~3,000만 원에서 시작해서 계속 미수금이 증가하기 시작.

그 업체와 계속 같이 가야했기에 함부로 법적조치를 취할 수도 없었고.


그래서 S사에서 가장 뛰어난 스펙을 가진 직원(K)을 그 회사 미수금 회수 업무에 투입시켰다. K는 나름대로 계획을 수립해서 그 업체를 방문하기도 하고 설득도 했으나 쉽지 않았다. 2달 만에 K는 손을 들었다.

“사장님, 방법이 없습니다. 법적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김사장은 그래도 법적으로 간다는 것에 영 마음이 쓰였다.

그런데 학력 등 스펙에서 K에 훨씬 뒤지는 P가 “사장님, 제가 한번 해볼까요?”라고 나서는 것이 아닌가.


회사 내에서도 별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P.

김사장은 거의 포기하는 심정으로 P에게 그 일을 맡겼다.

3달만에 P는 미수금 전액을 회수해왔다. 더 놀라운 것은 미수금 업체와 더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한 것이다.


“P 그 친구, 정말 곰이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하더니. 거의 매일 그 업체로 출근을 하더군요. 그렇다고 돈 달라고 닦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가서 그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거기 청소도 해주고, 짐도 날라줬답니다. 심지어 그 사장이랑 같이 장기도 두고요. 처음에 그 업체 사장은 ‘뭐 이런 사람이 있나?’싶어서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어느 날 이후부터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까지 나누는 사이가 됐답니다. 인간적으로 친해진 상황에서 P가 진지하게 채권회수 문제를 꺼냈고, 그 사장은 흔쾌히 미수금을 정리해줬습니다.


스펙 좋은 친구들은 그런 일 시키면 안해요. ‘내가 왜 그런 일 합니까?’ 라면서 반문 하지요. 저도 이번 일을 계기로 P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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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구도(鷄鳴狗盜)


전국시대 중엽 진나라 왕이 제나라의 맹상군을 잡아 가두었다. 맹상군은 진나라 왕의 애첩에게 풀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녀가 반대급부로 원하는 것은 여우 겨드랑이 흰털로 만든 호백구. 호백구는 이이 진나라 왕에게 바친 뒤였다. 

이 때 맹상군의 식객 중 한 명이 “제가 개 흉내를 낼 줄 알고 도둑질도 잘 하는데 진나라 궁궐창고에서 호백구를 훔쳐오겠습니다.”고 했다. 과연 그는 호백구를 훔쳐왔고 그것을 애첩에 바쳐 풀려나왔다.


호백구를 첩에게 바친 뒤 간신히 풀려나와 맹산군 일행이 관문인 함곡관에 도착했을 때는 한밤중이었다. 한편 진왕은 맹산군을 풀어준 것을 후회하고 그를 뒤쫓게 했다. 당시 성문의 규칙은 새벽에 닭이 울어야 문을 열 수 있었다. 이때 맹상군의 식객 가운데 닭 울음을 소리 흉내를 잘 내는 사람의 기지로 무사히 성문을 빠져나왔다. 


닭울음소리(鷄鳴)와 개흉내(狗盜)로 맹산군의 목숨을 구한 계명구도(鷄鳴狗盜)란 고사성어의 배경 이야기이다. 남들이 말하는 천한 재주가 맹상군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이 일화의 깊은 뜻은 맹산군의 생명이 아니다. 조의 평원군, 위의 신릉군, 초의 춘신군과 함께 전국 시대 4공자 중 한명을 추앙받던 맹산군이라는 거물이 하찮은 재주인 닭울음소리, 개 흉내를 가진 자를 식객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사람을 버리지 않는 사고방식이 맹산군을 전국 4공자중 으뜸으로 올려 놓은 것이다. 


- 사기, 맹상군열전 중 - 



여기서 노자의 한 대목.


“성인상선구인 고무기인(聖人常善救人 故無棄人) 

상선구물 고무기물 시위 습명(常善救物 故無棄物 是謂 襲明)” 


성인은 늘 사람을 잘 구하고 버리지 않는다. 사물을 항상 잘 파악하여 구함으로써 모든 물건을 버리지 않는다. 이를 일러 밝음이라 한다. 


'무기인(無棄人)', 즉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의 이치를 노자는 밝음(明)이라 표현했다.


세상에는 버려질 만큼 필요 없는 사람은 없다. 훌륭한 사람은 재능에 따라 사람을 쓰고, 항상 각자의 소질을 발견하여 개발시킴으로써 필요한 사람으로 만든다. 


이 대목에 대해 3세기경 노장학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중국 위나라의 왕필은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성인은 외형적인 이름이나 율법을 세워서 사물을 구속하는 법이 없고 진보의 기준을 세워서 그 진보에 뒤처지는 사람들을 못났다고 버리는 법이 없다. 사물의 스스로 그러함을 도울 뿐이다. 그러므로 노자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유방을 도와 한나라 건국의 초석을 다진 진평은 떠돌이였고, 대장군 번쾌는 백정, 주발은 거리의 악사, 누경은 마부, 한신은 불량배, 팽월은 강도였다. 만일 유방이 이들의 재능을 보지 않고 출신 성분이나, 직업으로 평가했다면, 그리고 그들을 버렸다면 유방이 과연 대업을 이룰 수 있었을까?


화학의 이론 중에는 결합의 오류라는 법칙이 있다. 가장 좋은 것만 뽑아서 합하면 최상의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실제로는 최악의 결과를 얻게 된다는 이론이다. 


내 주위에 인재가 없다고 한탄하는 우리들에게 사마천은 계명구도 일화를 통해 새로운 시각에서의 인재발굴과 계발을 넌지시 충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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