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강 : 리더의 피드백은 남달라야 한다


군주가 신하의 의견을 청취하는 이유는 성과를 추구하는 데 있다. 말을 파악해 지위를 정해주고 직분을 명확히 하여 일을 맡겨야 한다.


凡聽之道, 以其所出, 反以爲之入, 故審名以定位, 明分以辯類.

제8편 <양권 揚權 3>

피드백 없는 안건은 허탈감만 부른다


Y시스템의 권 대표.

회사를 방문할 때면 권 대표는 나를 붙잡고 하소연을 한다.


“저 같은 사람 딱 1명만 더 있으면 좋겠어요.”


내가 만나는 중소기업 CEO들 중에는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많다. 권 대표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부분은 CEO가 일을 시키면 이를 제대로 끝내는 직원들이 회사 내에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일단 일을 시작했으면 끝을 내야 하잖아요? 하다가 중간에 흐지부지되는 일이 어찌나 많은지...”

그런데 Y시스템 총무부장의 말은 좀 달랐다. 식사 자리에서 권 대표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면서 내게 조언을 구했다.


“대표님이 직원들을 좀 답답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직원들은 대표님께 말 못할 불만들이 많습니다. 대표님의 지시대로 A라는 일을 진행하던 직원이 그 중간 과정을 대표님께 보고하면 대표님은 A에 대한 정확한 피드백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딴 얘기, B에 대한 말씀을 꺼내시는 겁니다. 그 당시 대표님은 B에 심취했기 때문이겠지요. 담당자는 한 달 전 대표님의 지시에 따라 A를 발전시켜 오고 있는데, 대표님 입장에서는 A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아서 B를 검토해 보라고 말씀하신 겁니다. 담당자는 그럼 다시 B에 대해서 검토를 시작하게 됩니다. 당연히 A는 흐지부지 되고 마는 거죠.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죠?”



CEO의 역할은 말 되돌려주기


직원들에게 불만이 많은 권 대표와, 그런 권 대표에게 아쉬움을 느끼는 직원들.

권 대표가 직원들의 불만 내용을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된다.


과연 권 대표는 무엇을 놓친 것일까?

권 대표에게 부족한 부분은 바로 ‘제대로 된 피드백’이다.


직원들로서는 CEO가 지시를 내리면 일단 그 지시에 따른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CEO는 중간 중간 직원들이 진행하고 있는 업무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보고를 받은 뒤 정확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피드백이 제대로 되어야 직원들은 CEO의 생각을 좀 더 정확히 알게 되고, 자신의 잘못을 시정할 수 있으며, 나아가 자연스레 더 발전된 업무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직원들의 업무역량이 떨어진다고 한탄하는 중소기업 CEO들을 보게 된다.


“우리가 대기업처럼 직원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시킬 수 없잖아요? 물론 중소기업청 등에서 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직원들을 보내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제대로 역량이 커지는 것도 아니고. 고민입니다.”



하지만 나는 CEO의 여러 역할 중 중요한 한 가지는 ‘제대로 된 피드백을 통해 직원들을 긴장하게 하고 성장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회사가 담당하는 업(業)에 대해서 가장 많이 고민한 사람, 가장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은 미국 MBA를 나온 컨설턴트가 아니라 바로 그 회사의 CEO이다. CEO들은 실전적인 고민을 하고 현장에서 부딪혀 왔기 때문에 CEO가 갖고 있는 노하우와 인사이트는 그 회사의 자산이다.


따라서 CEO는 직원들에게 어떤 지시를 내린 이후에는 정기적으로 그 보고를 받으면서 그에 대한 정확하고 예리한 피드백을 줘야 한다. 하지만 권 대표는 직원들의 보고에 대해 ‘정확한 피드백’을 주는 대신 ‘새로운 이야기’를 던졌다. 당연히 직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비자는 군주가 신하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 후 이에 대해 세심한 피드백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군주는 신하의 말에 귀를 기울인 후, 다시 되돌려주어야 한다. 군주는 신하의 말을 깊이 생각하여 그 정도를 정하고 내용을 구분해야 한다. 즉, 신하의 말에 맞는 관직을 주고 그에 따르는 책임으로 말을 되돌려주는 것이다."


<양권 편>


한비자가 제시하는 군주의 피드백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신하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단계

둘째. 신하의 말을 깊이 생각하는 단계.

셋째. 신하의 말에 대해서 그 정도(程度)를 정하고 내용을 구분하는 단계. 

넷째. 신하의 말에 맞는 권한을 주며, 나아가 그 말에 대한 책임까지 묻는 단계.


권 대표의 피드백 과정을 위 각 단계에 대입해 보자.






권 대표는 자신이 제안한 A라는 일에 대해 직원이 보고를 하자 대뜸 A가 아닌 B로 일을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권대표는, 직원의 말에 찬찬히 귀를 기울이거나 그 말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고(적어도 귀를 기울이거나 깊이 생각하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 직원의 말이 과연 정당한지 그 정도를 정하거나 내용을 구분하지도 못했으며, 그 말에 맞는 적절한 답변도 주지 못했다.


권 대표는 ‘피드백’을 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시’를 내린 셈이다. 직원이 A를 이야기하면 지시한 사람은 A라는 내용을 중심으로 다른 보완 의견을 설명하고, 도저히 A가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신중하게 B라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권 대표처럼 무턱대고 (자신이 관심을 갖는) B로 넘어가면 A를 처리한 직원 입장에서는 당연히 힘이 빠진다. 직원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것도 CEO의 역할이다. CEO가 직원의 보고에 귀를 열고 있으면 능력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아울러 직원이 보고한 내용에 몇 가지 의견을 더한 다음 ‘자네의 권한으로 잘 마무리하게. 자네를 믿네’라는 식으로 책임감을 부여할 수 있다. 그랬는데 만약 그 직원이 일을 그르치는 경우에는 그 직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고, 정확한 교육의 효과도 있을 것이다.



군주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8가지 통치원칙을 설명한 한비자의 <팔경 八經>편에도 피드백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말은 여러 가지 단서를 종합해서 살펴야 하는데, 반드시 지리(地利)를 근거로 헤아리고 천시(天時)에 비추어 의논하며 물리(物理)로 검증하고 인정(人情)에 따라 살펴야 한다. 이 네 가지 증거가 부합하면 논의의 진상을 볼 수 있다.”

<팔경>


아울러 팔경 편에는 군주가 신하들의 의견을 들을 때 주의할 점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에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말의 책임을 묻기 위해 진술한 날짜를 반드시 기록에 남겨야 한다는 대목’이다. 오늘날에도 보고의 날짜와 시간은 나중에 책임을 묻는 데 단서로 이용된다. 기원전 2세기의 법치주의자인 한비자는 단순히 이론적인 내용만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군주에게 통치의 매뉴얼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남다르다.



나는 권 대표와 몇 번의 미팅을 가지면서 직원들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전달했고, 한비자에 나오는 내용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다. 처음에는 권 대표가 불쾌하게 여길까봐 걱정이 되었는데, 역시 권 대표는 현명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좀 더 세밀한 피드백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했다.


군주는 신하의 의견에 피드백을 주고 성패까지 따져보라는 한비자의 조언은 현재 조직현실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노련한 방법이다. CEO가 직원의 말을 노련하게 되돌려 줄 때 조직의 성과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 한비자의 위즈덤 노트


1. 말 되돌려주기야말로 진짜 지시다.

말 되돌려주기가 제대로 될 때 지시도 통한다. 무엇을 지시해도 피드백이 없다면 직원들의 이행을 기대하면 안 된다.

2. 의견은 세밀하게 들어야 한다.

 말을 제대로 되돌려주기 위해서, 직원들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의견을 세밀하게 듣고 기억해야 한다.

●● 지금 나의 행동은? 


□ 직원이 업무보고를 할 때 적절한 피드백을 해주고 있는가?

□ 보고를 면밀히 살피지 않고 아무런 의문 없이 결재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가? 

□ 진행하고 있는 논의는 제쳐두고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시키지는 않는가?

□ 직원의 보고 시기가 실제 업무가 진행되는 과정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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