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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의 충언 : 설득도 일단 상대방 마음의 문을 열어야 가능한 법



고문기업인 K사의 최부장. 업무때문에 알고 지낸지 5년이 됐는데 아주 강직한 성품이고 항상 정도를 걸으려고 하는 분이다.

최부장이 놀라운 것 중의 하나가 CEO에게 항상 직언을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에둘러 피할 수도 있는 내용을 최부장은 항상 돌직구를 날린다.

그런데 문제는 최부장의 회사 내 평가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조사장은 자꾸 최부장을 피하거나 최부장과의 면담을 피하는 것이 아닌가.

벌써 임원을 달았어야 하는데 계속 임원승진 과정에서도 누락되고 있다.

최부장은 사석에서 '이젠 나도 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제 충언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말입니다.'





● 인용


옛날에 탕왕(湯王)은 훌륭한 성인이고 이윤(伊尹)은 뛰어난 지자(智者)였습니다. 그 뛰어난 지혜로 무려 70회나 설명드렸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솥과 도마를 들고 주방일을 맡아 가까이에서 친숙해진 다음에야 비로소 탕왕이 그 현명함을 알고 등용하였던 것입니다.


이처럼 뛰어난 지혜로 훌륭한 성인을 설득해도 반드시 받아들여지는 데에 이르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윤이 탕왕을 설득했던 경우를 가리킨 것입니다.


- 난언(難言) 편 중에서 -


※ 이윤 – 탕왕 때의 재상, 하(夏)왕조를 타도하고 은(殷)왕조를 새로 여는 데 공이 컸음.







● 생각


한비자의 이 대목을 읽고, 혹시라도 ‘야, 이거 너무 교활한 거 아닌가?’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비자는 대단히 현실적인 지적을 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뜻을 가진 신하가 그 좋은 뜻을 전달하려 해도, 리더가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을 설파하고 있다.


뛰어난 이윤 역시 ‘논리로서의 설득’이 먹혀들지 않자, 스스로 몸을 낮춰 요리를 배운 후 ‘요리사’로서 맛있는 음식으로 ‘왕과 친숙해 진 후에서야’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었음을 말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 정책과 뜻을 왜 몰라 주는 거요?’라고 리더를 비난하는 충신.


자신의 몸을 낮추더라도 리더의 마음에 들게 한 후 충언을 하는 충신.


한비자는 힘든 길을 통해서라도, 훌륭한 뜻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리더로 하여금 자신에게 호감을 갖게 하는 노력을 하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하고 있다.


결국, 설득을 위해서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에 대해 호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Ethos가 중요하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명과 한비자의 비유는 괘를 같이 하는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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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의 충언 :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 인용

 

용을 잘 길들이면 탈 수도 있지만 그 목 밑에는 한 자 가량이나 되는 역린(逆鱗)이 있다.

만약 그것을 건드리게 되면 반드시 죽임을 당하고 만다.


마찬가지로 군주에게도 이러한 역린이 있다.

군주를 설득하려는 사람이 그 역린을 건드리지 않고 군주를 화나게 하지 않는다면 설득에 성공할 수 있다.



● 생각

 

한비자에서 가장 유명한 단어인 ‘역린’.

이는 일종의 비유(메타포)로 보아야 할 단어이다.



군주만 역린이 있으랴.


역린은 심리학에서 본다면 ‘핵심 컴플렉스(Core Complex)’로 치환할 수 있으리라.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했던 과거가 있는 사람에게 ‘무식하기는…’


취직 못한 청년에게 ‘아직도 놀아?’


여드름 심한 사람에게 ‘너 여드름 엄청 심하다. 피부과 가봐!’


와 같은 말은, 자기는 아무리 관심과 애정으로 한 말 일지라도 듣는 사람으로선 큰 상처가 될 수밖에 없으리라.


 


다른 사람이 몰라주기를 바라는 것,

키나 외모 같은 신체적인 결점, 출신이나 학력 같이 밝히고 싶지 않은 약점,

결혼이나 취업 또는 성적 같이 남과 비교해 부족한 점, 지나간 과거의 실수들.


누구나 이런 부분 한 가지는 갖고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도,

그것이 상대방의 컴플렉스이고 불편해 하는 사실이라면 그냥 덮어주는게 나을 것이다.

누구든 자기의 아픈 곳을 찔러대는 사람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상처가 있는 사람을 위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상처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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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의 충언 :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열가지 방법


● 인용


1. 상대방이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하여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망설일 경우, 대의명분을 내세워 실행을 권고한다. 또한 비열한 짓인 줄 뻔히 알면서도 그 행동을 하고 싶어 안달을 부리는 상대방에게는 그의 마음에 들도록 명목(명분)을 내세워 실행을 권고한다.


2. 뜻은 좋지만 그것을 달성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고 생각하는 상대방에게는 ‘뜻을 이루는 데에는 항상 실수나 실패가 따르기 마련’이라는 것을 알려 주어 너무 완벽함에 얽메이지 않도록 권고한다.


3. 자신의 능력과 지혜를 과시하는 상대에게는 같은 분야이기는 하지만 다른 예를 들어 참고자료를 제공한다. 즉 상대에게 도움이 되도록 유도하면서 지혜와 능력을 더해주는 것이다.


4. 상대방으로 하여금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도록 하려면 분명한 명분을 내세워 상대에게도 개인적인 이익이 돌아감을 알려준다.


5. 위험하고 해로운 것을 말할 때는 그것이 도덕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분명히 지적하고 상대방에게 개인적으로 화를 미치게 할 것이라는 점을 은근히 드러낸다.


6. 상대방을 칭찬할 경우에는 직접 대놓고 하지 말고 상대방과 같은 행위를 하는 다른 사람의 예를 들어 칭찬하고 경고를 할 때에도 상대의 경우와 비슷한 예를 들어 경고한다.


7. 상대방이 저지른 부도덕한 일과 비슷한 일을 한 사람이 있을 경우에는 ‘그럴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관대하게 변명해 준다. 그리고 상대방과 똑같은 실패를 겪은 사람이 있으면 실패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해준다.


8. 능력을 자부하는 상대방에게는 그 능력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하지 않는다.


 9. 결단과 용기를 자랑으로 삼고 있는 상대에 대해서는 그 결점을 지적하여 화나게 하지 않는다.


10. 자신의 계획을 두고 훌륭하다고 자랑하는 상대방에게는 그에 대한 실패사례를 말하지 않는다.


● 생각


한비자는 상대방을 설득함에 있어 대단히 영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파한다.


즉 상대방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점을 추켜세우고, 상대방이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감춰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데일 카네기의 접근과 별로 다르지 않다.





한비자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 그 시대적 상황에 공감이 간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애초에 군주의 마음에 들지 못하면 아무런 정책 입안도 먹혀들지 않던 불합리한 사정을 너무도 많이 보았던 그이기에, 어떻게든 군주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이런 테크닉을 써야만 한다는 고언(苦言)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나는 한비자의 이러한 현실적인 충고에 머리를 끄덕이게 된다.


 ‘순진한 열정’만으로는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다는 사실을, 순진한 열정만 가진 뛰어난 인물들에게 경고하는 한비자의 고려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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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의 충언 : 군주는 신하의 말을 들을 때는 술에 취한 듯 하라


● 인용


군주는 마치 술에 취한 듯한 태도로 신하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즉, 무지하고 우직한 체 하는 것이다. 그러면 신하는 자신의 생각을 모두 드러내고 군주는 그 본심을 알게 된다.


물론 진언의 내용은 다양하겠지만 군주는 그 말에 대해 마음을 비우고 있는 그대로 들어야 한다.

이것이 도(道)의 참모습이자, 사실의 모습이다.






● 생각 


부하의 속마음을 듣기 위해서 회식 자리에서 폭탄주를 들이 부은 다음 ‘자, 괜찮으니 다 이야기해봐. 오늘 이 자리에서 평소 내게 하고 싶었던 말, 다 털어놔봐!’라고 호기를 부리는 직장상사들의 장면이 오버랩된다.


한비자는 다음의 점을 강조하고 있다.


① 신하의 속마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충분히 들어야 한다.


② 충분히 듣기 위해서는 신하가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③ 그 방법은 술에 취한 듯, 무지한 듯, 신하의 이야기에 동조하며,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채 수긍하며 듣는 것이다. 즉 마음을 비우고 듣는 것이다.


④ 군주가 액션을 취해야 할 것은 그 다음이다. 일단은 먼저 들어야 한다.


비어 있어야 채울 수 있는 법.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너무도 꽉 찬’ CEO나 리더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무엇을 들이 부을 수 없을 정도로 꽉 찬.


이럴 때는 술에 취한 듯.

취권(醉拳)을 구사해 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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