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 조우성의 인생내공 1회>     


▶ 사례로 배우는 하버드 협상론 : Interest와 윈윈 협상

▶ 갑자기 연봉 30% 인상을 요구하는 핵심 프로그래머. 대체 왜? 그리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 Poor Negotiation vs Rich Negot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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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 조우성의 인생내공 2회>     


▶ 궁극의 마케팅 방법은?

▶ 周易에서 말하는 ‘적선지가 필유여경’이란?

▶ 무급 홍보대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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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신간인 '이제는 이기는 인생을 살고 싶다'에 대한 독자리뷰를 보던 중 정말 제 마음에 쏙 드는 리뷰를 발견해서 인용합니다. 저자의 의도를 잘 헤아려 준 독자리뷰를 보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군요




▶ 원본 링크


http://m.blog.yes24.com/HEXID/post/8870052



▶ 이하 독자 리뷰 원문


인상깊은 구절


"당신은 왜 이런 것도 이겨내지 못하나요?"가 아니라 "당신에겐 매우 힘든 일이었군요. 잘 몰랐습니다. 제가 도울 수 있다면 돕겠습니다"라고. 누군가가 내민 손 혹은 누군가가 내보인 작은 관심이 절망에 빠진 한 사람을 나락에서 구할 수 있다. 그리고 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세상을 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1.


책 서평에 앞서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겠다. 내 개인적인 이야기가 바로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현재 나는 어렵게 공무원이 되어 어머니와 장애를 앓는 형과 살고 있다. 1년전 인천의 모 부동산에 속아 거지소굴 같은 집을 월세로 얻어 1년 동안 살았었다. 햇빛도 안드는 빌라였는데, 곰팡이가 심해 그 집에 살지 못하고 결국 1년만에 나와 새 집을 구했다. 그 과정에서 그런 거지같은 집을 소개한 부동산업자, 그리고 집주인 가족하고 많은 트러블을 겪는 등 마음 고생이 심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형과 어머니가 등산을 하는데 그 부동산업자를 산에서 만났단다. 그런데 그 부동산업자가 장애를 앓는 형을 뾰족한 등산지팡이로 찌르고 미안하단 말도 안하고 가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그것에 대해 항의를 하니,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그 인간이 입에 담을 수 없는 험한 욕을 하고, 마누라란 년은 반말로 실망이다, 니가 어떻게 나한테 그러냐는 둥 헛소리를 지껄였다. 


저런 버러지만도 못한 인간쓰레기들을 겪으니, 저런 인간 같지도 않은 것들에게는 지고 싶지 않다는 오기가 생겼다. 아니 오히려 저런 놈들을 사회에 매장시키고 싶을 정도로 밟아버려 이기고 싶었다. 그래서 난 조우성 변호사의 『이제는 이기는 인생을 살고싶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변호사의 지략을 배워 더는 인간쓰레기들에게 바보처럼 당하지 않도록,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면 그들을 도와주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였고, 서평을 쓰려는 이유였다.  


2.


『이제는 이기는 인생을 살고싶다』 를 읽으면서 처음 내가 가졌던 생각이 정말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이 책은 조우성 변호사가 자신의 변호사 생활 동안 있었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법정에서 상대측과 싸워 이긴 이야기하며, 인생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 조언을 해주는 등 편안하게 읽었던 것 같다. 


변호사라는 직업의 특성 상 사람들과 많이 부딪힐 수밖에 없다. 또한 변호에서 지면 의뢰인과의 관계도 틀어지는 등 변호사의 삶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어려움 속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전략을 잘 세워 승소도 하고, 의뢰인과의 관계도 나빠지지 않도록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30가지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그 중에는 편지 하나로 집주인을 감동시켜 보증금과 함께 이사비용까지 받은 이야기하며, 을의 입장에서 갑을 압박하여 결국 갑으로부터 승소한 이야기, 채용취소가 된 선배의 아들에게 소송 대신 감사의 인사를 전하게 해서 결국 그 아들이 그 기업에 채용된 이야기, 그리고 주의를 게을리해 결국 친구로부터 사기를 당하고 감옥에 간 검사 이야기, 프랜차이즈 사업이 잘 안돼 본사에 소송을 건 프랜차이즈 점주 이야기 등 저자가 소개하는 일화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이었다. 


저자의 일화등을 보면서 내가 느낀건 무조건적으로 상대방을 밟고 이기려 드는게 아닌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내가 원하는 바를 얻는 윈-윈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난 분에 못이겨 상대방에게 악다구니를 쓰며 이기려한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책 중간 중간에는 도움이 될만한 문구가 실려있다. 중간 중간에 삽입된 문구를 보며 난 부동산업자, 전 집주인에 얽힌 분노를 어느 정도 다스릴 수 있었다. 이 책은 단순히 조우성 변호사의 이기려 하는 전략이 담긴 책이 아니다. 어떻게 이겨야 하는지, 그리고 상대방을 이기는 것보다 중요한 게 무엇인지,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자아성찰 적 책이라 할 수 있다. 


만약 나처럼 상대방을 향한 분노에 휩싸여있다면 이 책을 읽고 분노를 다스리고,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기는 것이 좋은지를 알았으면 한다. 변호사가 썼다하지만 이 책은 어렵지 않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법한 일을 재미있고, 슬기롭게 풀이해준다. 그리고 우리에게 도움이 될만한 문구도 많이 실려있다. 

모든 이들에게 강력히 권하고 싶은 책이다.



▶ 강의 영상 : 분쟁을 막는 관계매니지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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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뺑소니가 아니랍니다.

 

IT기업에서 과장으로 재직 중인 성지원씨(, 가명, 33). 차를 몰고 외근 나갔다가 골목길에서 자전거와 충돌했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

! 괜찮니?”

아이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무릎을 털고는 자전거를 일으켜 세웠다. “괜찮아요

불안한 지원씨.

괜찮니? 진짜 어디 아픈 데 없어?”

괜찮아요. 아줌마. 저 지금 친구들하고 농구하러 가야돼요.”

지원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명함 두 장을 그 아이 손에 쥐어줬다.

그래도 모르니까 혹시라도 몸에 이상 있으면 아줌마에게 연락줘야 해. 알았지?”

지원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차에 올라탔다.

 

그 날 오후 지원씨는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아이가 전치 3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무런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당신은 뺑소니 죄를 저지른 겁니다. 특정범죄가중처벌에관한 법률 제5조의 3에 따르면 당신은 최소 징역 1년 최고 징역 5년까지 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원씨는 깜짝 놀랐다.

내가 뺑소니라고?’


1시간 뒤 전화가 걸려왔다. 어제 그 아이의 삼촌이란다. 아이가 저녁에 집에 왔는데 아프다고 해서 자초지종을 물어본 뒤 지원씨 명함을 건네받았다는 것.

주위에 물어보세요. 교통사고낸 뒤 명함만 던져 주고 간 경우에도 뺑소니로 된다구요.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고, 그리 되면 직장에서도 당연 면직되는 거 알죠?”





지원씨는 눈앞이 캄캄했다.


원하시는 게 뭐죠? 원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이 녀석이 앞으로 축구선수되려고 준비 중인데 이번 사고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몰라서. 내가 형님, 그러니까 애 아버지랑 얘기 해봤는데, 3,000만 원 정도 주시면 원만히 합의될 것 같아요.”

? 3,000만 원요?”

그 많은 돈을 어떻게 마련한단 말인가

.

.

.


이상이 지원씨가 내게 털어놓은 사건의 전모였다.

변호사님, 이 일이 회사에 알려지면 전 잘릴 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는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접근방식에서 왠지 범죄의 기운이 느껴졌다.

 

지원씨, 이 남자와 제가 직접 통화해보겠습니다.”

나는 지원씨로부터 전화번호를 건네 받아 그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00씨 되시죠? 안녕하세요. 전 성지원씨 사촌오빠 되는 조우성 변호사라고 합니다. 조카일은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조카분이 전치 3주라고 하던데 구체적인 진단명이 골절인가요 아니면 염좌인가요?”


... 그건... 진단서를 다시 봐야... 됩니다. 분명 3주 맞아요.”

 

역시나 예상대로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가능하면 그 아이 아버지와 직접 통화하고 싶습니다. 그 아이가 미성년자이니 친권자인 아버지에게 법정대리권이 있다는 건 알고 계시죠?”

 

상대는 아무 답이 없었다. 나는 좀 더 세게 나갔다.

 

한 시간 이내로 그 아이 진단서 사진 찍어서 보내세요. 만약 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협박, 공갈죄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알아서 하세요.”

 

30분 뒤, 그 남자는 지원씨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서로 재수 없는 일에 휘말렸다고 생각하고 없던 일로 하자면서.

 

변호사님, 정말 신기하게 그 남자가 꼬리를 내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짜 피해자 가족이라면 그런 식으로 접근하지는 않죠. 전화한 그 남자는 그 아이 삼촌이 아닐 겁니다. 현장에서 우연히 사고를 목격하고 그 아이로부터 명함을 확보한 제3자일 확률이 커요. 지원씨가 아마 변호사를 찾지 않았으면 3,000만 원, 아니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1,000만원은 뜯어 낼 수 있었겠죠.”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이 '법 지식'을 악용하면 상대방에게 큰 피해와 고통을 줄 수 있는 흉기가 될 수 있음을 실감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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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 변호사의 로에세이 - 나를 스토킹하는 남자가 있어요


내가 홍세리(가명, 32세)씨를 알게 된 것은 직장인들의 마케팅 모임에 협상론 관련 강의를 하러 간 자리에서였다. 마케팅 관련 일을 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한 2시간 강의를 마친 후 뒷풀이 자리에서 모 치과에서 고객관리를 맡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수수한 차림에 왠지 수줍어 하는 듯한 표정. 


그녀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것은 며칠 뒤. 긴히 상담할 일이 있다고 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이상하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스토킹을 당하고 있어요.”

모임에서 알게 된 사람인데, 시도 때도 없이 문자를 남기고 또 병원 앞에서 퇴근시간을 기다리며, 미행을 해서 알아냈는지 집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세리씨에게 이성적으로 관심 있어 하는 남자분 아닐까요?”

“저도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점점 정도가 심해져서요. 불안해요.”

“현실적으로 어떤 위협을 가한 적이 있나요?”

“아직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계속 만나주지 않으면 아마도...”


단순히 누군가를 따라다닌다고 해서 어떤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는 일단 안심을 시키고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라도 연락달라고 하고 그녀를 돌려보냈다.


사무실에서 늦게까지 야근을 하던 어느 밤, 전화가 울렸다. 그녀였다. 밤 11시 반. 나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했음을 직감했다.

“변호사님, 밤늦게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아직 사무실입니다. 무슨 일인지요?”

“그 사람이 제 집 앞에서 절 기다리고 있습니다. 술에 취한 것 같은데, 무서워요.”

“좀 더 자세히 말씀해 보세요.”


“아까 문자가 와서, 오늘은 꼭 자신을 만나달라고 했습니다. 오늘 마침 회식이라 다음에 연락드리겠다고 했더니 그럼 무작정 집앞에서 기다린다고 했어요. 그리고 아까 밤 11시쯤 문자가 왔는데 ‘오늘은 끝장을 낼 겁니다. 이판사판입니다.’면서 문자를 보내 온 겁니다.”


자칫하면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럼 일단 112에 신고를 하세요. 아직 위협을 가한 것은 아니지만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고 하시면 경찰관이 달려 오실 겁니다. 그래도 문제가 있으면 연락주시구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뒤로 전화가 더 오지는 않았다. 나는 내심 궁금했지만 문제가 해결됐으니 전화가 없겠거니라고 미루어 짐작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그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어제 말씀하신대로 112에 신고했더니 바로 경찰관이 와주셨어요. 그래서 같이 갔더니 멀리서 저희들을 보고 그 남자는 사라져버렸어요. 덕분에 감사했습니다.”

“네, 다행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면 어쩌나요?”

“그게 좀 걱정입니다. 무슨 좋은 방법이라고 있을까요?”


“접근금지가처분이란 걸 해볼 수는 있습니다. 일단 그 가처분을 받아두면 여러모로 유용합니다.”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제가 정 필요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녀로부터 다시 전화가 걸려온 것은 2주일 쯤 지난 시점.


“변호사님, 도저히 안되겠어요. 접근금지가처분이란 걸 생각해 봐야겠어요. 그 남자는 그 뒤로도 저를 계속 스토킹하고 위협합니다. 접근금지가처분신청을 준비해 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한번 방문하겠습니다.”


아. 결국 법적인 조치를 취해야겠구나.

“그럼 그 남자가 누구인지를 알려주셔야 합니다.”

“네. 그런데 아마, 변호사님도 그 남자를 보셨을 겁니다.”

“네? 누구?”

그녀는 말끝을 흐렸다. 하여튼 다음에 만나서 정식으로 위임계약을 하고 접근금지가처분신청을 진행하자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른 일 때문에 잠시 이 일을 잊고 지냈는데, 나는 내 대학후배의 전화를 받았다. “선배님, 좀 골치아픈 문제가 생겼는데, 상담을 받아봤으면 합니다. 시간 좀 내 주세요.”


그 후배(정훈)는 바로 얼마 전 내가 참석했던 마케팅 모임의 운영자였다.


후배와 같이 온 사람은 최현우(가명, 35세)씨. 모 중견기업의 마케팅팀 차장이었다.

현우씨는 남자인 내가 봐도 ‘멋있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선배님, 모임을 운영하다보니 이런 일도 생깁니다. 저희 모임 멤버들간의 문제라 어떻게 말씀드리기도 그렇고. 하지만 더 이상 뒀다가는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후배의 말에 이어 최현우씨가 설명을 시작했다. 내용인 즉 이랬다


최현우씨는 마케팅 모임에서 한 여성을 알게 됐다. 몇 번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면서 서로 알게 되었고 호감도 갖게 되었다.


두 번 정도 따로 만나서 영화도 보고 차도 마셨는데, 그녀가 계속 황당한 말들을 해서 신뢰가 가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가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기업의 오너고 자신이 무남독녀인데, 앞으로 그 기업을 물려받아야 해서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자기를 따라다니는 남자들이 많은데 모두 재산을 보고 그러는 것 같다 등등. 어떻게 보면 자랑 비슷한 건데 자꾸 그런 이야기를 하니 거북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뒤로는 제가 슬슬 피했죠.”


현우씨가 연락을 피하자 그녀는 계속 문자를 남기고 사전 연락도 없이 현우씨 회사 앞에서 그를 기다렸다는 것이다.


“뭐, 남녀간에 그럴 수 있다고 봐요. 그런데 문제는 그 여성분이 우리 모임 멤버들에게 묘한 소문을 내고 다닌다는 겁니다.”


후배가 끼어들었다.


“묘한 소문?”


“네, 제가 그녀를 스토킹 한다는 둥, 결혼해 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고 위협한다는 둥 하는 소문입니다. 그녀가 제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는데, 그녀가 언급하는 간접적인 자료를 종합하면 우리 모임 멤버들은 그 남자가 저라는 것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거든요. 제게 이런 문자가 왔습니다.”


현우씨가 보내준 문자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나를 무시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해 줄 거야.“


나는 그 문자를 보낸 사람의 전화번호에 눈이 갔다.

010-5634-****

“혹시 현우씨가 말하는 그녀가 홍세리씨?”


내가 이 말을 하자 두 사람 모두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는 듯이 놀라워했다.

뭔가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 마음 한켠이 찌릿했다.


나는 최근에 홍세리씨가 다른 상담건이 있어서 통화를 했기에 그 번호가 눈에 익었었다고 둘러댔다.

일단 후배와 현우씨에게는 내가 따로 연락을 하겠다고 하고 돌려보냈다. 그리고 세리씨에게 전화를 했다.


“세리씨, 그 때 말씀하시던 사건. 진행하셔야죠? 오늘 저녁에 마침 제가 시간이 되니 사무실에 한 번 오시죠.”

세리씨는 약간 당황한 듯 했다.

“제가 계속 신경이 쓰여서요. 사건을 진행하든 말든 일단 오늘 만나서 몇가지 이야기를 나눴으면 합니다.”


그날 밤 사무실에서 마주 앉은 그녀와 나. 많이 지쳐보였고 왠지 불안해 보였다.

나는 그녀와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그러다가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 최현우씨가 다녀갔습니다.”


“네? 왜요?”

“세리씨 이야기를 하더군요. 제 후배 정훈이도 같이 왔습니다.”

“.......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최현우씨를 좀 나무랐습니다. 사람이 좀 경솔해 보이더군요. 두 분간에 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자신만 상처를 입은 듯해서 제가 그건 옳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어디까지 말하던가요?”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일을 하다보면 좀 예측이 됩니다. 제가 볼 때는 현우씨가 세리씨 마음을 세세하게 다독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더군요. 그게 좀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녀는 아주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세리씨, 그동안 좀 많이 힘들었죠? 그렇지 않나요? 그래도 제게 전화를 주셔서 이것 저것 상담도 하시고. 감사합니다.”

둘은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앉아 있었다.


나는 어렵사리 말을 이었다.

“좋은 인연을 만나실 겁니다. 이제 마음에서 그를 보내시구요. 예전의 당당했던 세리씨 모습으로 돌아가시죠. 저도 돕겠습니다.”

내가 너무 주제넘는 간섭을 하나 싶어 조심스러웠다.


“감사합니다. 정신이 좀 드네요.”


눈에 눈물이 그렁거렸지만 표정은 밝았다.

무거운 마음의 짐을 놓는 듯 했다.


누군가로 인해 가슴이 뜨거워지는 열병(熱病).

하지만 그 마음이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비뚤어진 집착과 자기파괴적인 양상을 보이게 된다.

세리씨는 자칫 파국으로 치달을 그 위기를 잘 극복했다.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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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변호사의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사람이 있다면 2권 

권리 위에 잠자지 않겠다.



*


작은 벤처기업이 아이디어 만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은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작은 벤처기업이기에 아이디어 만이 유일한 무기가 된다. 자본도 없고 설비도 없지 않은가.


중소기업 진흥공단에서 무료로 개최하는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세미나’에 다녀왔다. 별 기대 없이 갔다. 하지만 2시간 가량 전문변호사라는 사람의 설명을 들었는데 꽤나 인상적이었다. 세상이 그렇게 법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그 변호사도 알겠지만 그래도 나 같은 ‘을’이 ‘갑’에 대항하며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좋은 영감을 준 것은 사실이다. 강의를 마치고 명함을 받아두었다. 하지만 큰 로펌의 변호사를 내가 무슨 수로 부릴 수 있으랴.


*


머리 속에서 꿈틀거리던 아이디어가 조금씩 구체화됐다. 

‘위치기반을 활용한 소비자행동패턴의 분석 및 CRM 구축방법’


대학 때 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마케팅을 배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케팅 방법론이다. 전반적인 비즈니스 플로우를 만들고 어떻게 IT와 엮을 수 있을지를 정리했다.


원래 아이디어를 보호하려면 특허 출원을 해야 한다. 그런데 주위에 알아보니 특허를 출원하고 중간에 이를 보정하며 나중에 등록까지 가려면 몇 백만 원이 들었다. 아직 내 수준에 몇 백만 원을 특허비용으로 쓰기란 부담스러웠다. 


*


그 세미나 진행할 때 변호사가 가르쳐준 것이 있다. 굳이 특허가 아니라도 영업비밀로 벤처기업의 아이디어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세미나에서 받았던 교재를 뒤적여봤다.


영업비밀로 보호받으려면 일단 내부적으로 영업비밀로서의 모양을 갖추라...

좋다. 일단 이 양반이 시키는 대로 해보자.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페이퍼로 정리하고 이를 영업비밀보호센터(http://tradesecret.or.kr/main.do)에 등록하는 방법이 가장 확실하다고 했는데. 음, 등록 비용이 몇 만원 수준이네?


정리된 아이디어를 영업비밀 형태로 정리했다.







지금 직원이라고 해봐야 고작 2명.

하지만 그 직원들에게도 이 영업비밀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세미나에서 받아 온 ‘영업비밀서약서’를 출력해서 직원들에게 서명을 받았다. 영업비밀을 준수하며 나중에 퇴직한 이후에도 이 영업비밀을 함부로 유출하지 않겠다는 내용.

막상 이런 걸 쓰라고 하면 직원들은 찜찜해 하지만 그래도 나로선 이게 밑천이니 어쩔 수 없다. 널리 이해해 달라.


*


내가 스스로 자아도취에 빠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이런 서비스는 없다. 위치기반 기술을 응용한 다양한 마케팅 기법이 소개됐지만 내가 구상하는 이 정도의 정교한 서비스는 아직 없다고 자부할 수 있다. 이를 제대로 알아봐 줄 곳만 있으면 되는데...


*


대학원 선배가 다리를 놓아 주었다. 역시 선배다.

내가 구상한 이 서비스는 통신사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 회사만이 알아줄 것이라 생각했다. 따라서 이 서비스를 제안해 볼 만한 곳으로는 국내에 3-4개 뿐이다. 그 중 업계 1등인 M사의 제휴기획팀이 선배에 의해 연결된 것이다. 


친구들이 걱정을 한다. 나 같은 벤처가 대기업을 상대로 아이디어를 PT할 경우 사실상 모두 뺏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너희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나도 익히 알고 있는 문제다.


이제부터는 진검승부다. 내가 갖고 있는 유일한 이 무기를 여기 저기 싸구려처럼 팔고 다닐 수는 없다. 구걸하지도 않겠다. 선배가 어렵게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은 사실이지만 예전에 배운 대로 내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장치를 하고서 그들을 만날 것이다.


*


M사 제휴기획팀 과장과 대리가 회의실로 들어왔다. 선배가 소개를 했음에도 ‘그래, 대체 어떤 아이디어인지 한번 구경이나 해보자’는 건들거림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것에 마음 상할 내가 아니다.


나는 세미나 때 샘플로 받은 NDA(비밀유지약정)를 들이 밀었다.






‘이건 또 뭐야?’라는 황당한 표정의 그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말했다. “제게는 워낙 중요한 아이디어라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해야 해서 그런 것이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NDA에는 오늘 공개하는 내용은 우리 회사의 영업비밀이라는 점, 그리고 그와 관련된 지적재산권 역시 우리 회사에 귀속된다는 점, 이를 동의 없이 함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 등이 기재되어 있었다.


과장은 대리에게 인상을 찌푸리며 “언제 우리가 이런 걸 쓰면서까지 회의 한 적 있었나?”라며 짜증을 냈다. 그러자 대리는 “자신감 있고 좋아 보이는 데요. 한번 들어보죠 뭐.”라고 과장을 설득하더니 내가 제시한 NDA에 휘리릭 서명을 했다.


나는 다시 한 번 목례를 하고 준비해 간 PT자료 출력물을 건넨 후 30분 동안 상세하게 설명했다. 과장과 대리는 어떤 부분에선 심각하게 어떤 부분에선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 설명을 들었다.


“재미있게 잘 들었습니다. 검토하고 연락드리죠.”

과장은 아까 처음과는 달리 웃으면서 내게 악수를 청했다.


*


그로부터 1달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몇 번이고 먼저 전화를 해보려 했지만 왠지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아서. 하지만 사업을 자존심으로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심호흡을 하고 그 날 만났던 대리에게 전화를 했다. 내 이름을 이야기하니 한참동안 기억을 더듬다가는 “아...네. 저희들이 진작 연락을 드렸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사실 대표님이 제안하신 내용은 아주 이상적이긴 한데 실제 필드에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많다는 것이 내부 검토 결론입니다. 이거 어쩌죠? 다음에 또 기회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럼..”라고 답하고는 내 대답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


흠... 실제 필드에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어느 부분이 그렇다는 거지? 그리고 설사 그런 부분이 있다고 해도 조금씩 고쳐나가면 될 터인데.

너희들이 옥구슬을 옥구슬로 취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괴로워할 일은 아니다. 좋다. 나는 계속 확신을 갖고 나간다.


*


8개월쯤 지난 어느 날.


잠자리에 들려는데 친구 녀석이 전화를 했다.


“야, A통신사에서 새롭게 서비스한다고 광고하는 걸 봤는데, 그거 네가 준비하던 서비스 아냐? 거기랑 계약한 거야?”


이건 무슨 소리?


나는 급히 인터넷에 접속해서 A통신사의 새로운 고객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살펴봤다. 어? 내가 M사에 제안한 서비스와 거의 동일했다. M사가 A사의 마케팅 업무를 대행한다는 것은 업계에선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그렇다면 M사는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를 마치 자기 것인 양 A사에게 제안했다는 얘기가 되는데. 요 것 봐라? 일이 재미있어 지는데...


*


“상대방이 여러분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판단이 들 경우 너무 서둘러 공격을 하진 말기 바랍니다. 좀 더 숙성(熟成)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전략상 유효하답니다. 너무 초기에 공격을 하게 되면 ‘그래, 우리 이 서비스 안 할래’라면서 발을 뺄 수도 있거든요. 상대가 도저히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공격을 시작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습니다.”


세미나에서 그 변호사가 하던 말이 기억났다.

좋다. 내가 내 자식을 몰라 보겠는가. A사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새로운 CRM 서비스는 내 영업비밀과 거의 유사하다. 조금만 참겠다.






*


그 이후로 나는 매일같이 A사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서비스 진행 상황을 살폈다. 유명 아이돌 가수가 그 서비스의 CF에 기용되었다. 그리고 1,000명에게 상품을 주는 이벤트 행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 올라왔다. 아울러 A통신사는 이 서비스를 하반기 주력 서비스로 정했다는 신문기사가 나왔다.

이제 때가 된 것이다.


*


나는 M사와 A사 모두에게 간략한 통보서를 썼다. 문안은 일단 인터넷을 보고 대략 참고했다.


우선 M사에 보낸 내용은 이러하다.


1) 지금 A사에서 진행하는 000 서비스는 2012년 2월 3일 발신인이 귀사 000과장, 000대리에게 PT하고 자료를 건네줬던 발신인 회사의 영업비밀 내용과 아주 유사하다.


2) 발신인은 당사의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그 내용을 영업비밀보호센터(http://tradesecret.or.kr/main.do)에 등록해 놓았으며, 회사 직원들에게도 영업비밀서약서를 받아두는 등 그 비밀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3) 귀사 000과장, 000대리에게 서비스 내용을 공개할 때에도 별첨과 같은 NDA를 제공해서 이에 서명을 받은 바 있다. 따라서 귀사 직원들은 발신인이 그 날 발표한 서비스 내용은 발신인 회사의 영업비밀에 속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4) 더욱이 그 날 발신인이 귀사 직원에게 제공한 PT 출력물에는 곳곳에 “본 제안서 상의 비즈니스 모델은 당사의 영업비밀로서 보호되고 있음을 이 제안서를 받아보는 분들은 충분히 인지합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이는 귀사 직원들에게 확인해 보면 금방 파악할 수 있다.


5) 결국 귀사는 발신인 회사의 영업비밀을 임의로 유출한 것이므로 이에 따른 민, 형사상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발신인 회사는 A사의 서비스 중단을 A사에게 정식으로 요청할 것이다.


그리고 A사에는 M사에게 보낸 위 통보서를 첨부하고는


1)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지만 귀사는 발신인 회사의 영업비밀을 발신인 회사의 허락없이 함부로 사용하고 있다.

2) 이는 명백한 영업비밀행위이므로 당장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한다.

3)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민, 형사상의 제재조치를 가할 수 있음을 양지하기 바란다




는 내용으로 통보서를 보냈다.


*


일주일 뒤에 연락이 왔다. 나는 M사에서 먼저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통신사인 A사에서 연락이 왔다.


일을 원만히 푸는 것이 좋지 않겠냐며, 가능하면 라이센스로 문제를 풀자고 했다. 나는 라이센스로 문제를 푸는 것이 어떤 의미냐고 물어보았다.


“저희 서비스는 그대로 진행하구요, 이 과정에서 저희들이 대표님께 일정한 로열티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하자는 말이지요. 서로 머리를 맞대면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흐흐.. 윈윈. 아름다운 얘기다. 내가 원하는 것이거든.

나는 “알겠습니다. 제 변호사님을 통해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답을 했다. 변호사가 있다고 하니 상대방은 약간 놀라는 눈치였다.


*


“조우성 변호사님이시죠? 기억 못하시겠지요? 예전에 중소기업 진흥공단에서 강의 들었던 사람입니다. A사와 라이센스 계약 협상도 하고 계약서도 써야 하는데 아무래도 제가 경험이 없어서 말이죠. 네. 다음 주에 만나자고 합니다. 이 사건을 좀 맡아 주시면 어떨까요? 네. 그렇죠. 네. 그럼 내일 오후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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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변호사의 내 얘기를 들어줄 단한사람이 있다면 2권 중

'이혼방지 전문가'



“선배님, 저희 형님 일인데 바쁘시겠지만 꼭 상담 한 번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고등학교 후배 요청으로 상담을 하게 된 최희철씨.


G기공에서 7년간 근무했고 마지막 3년 간은 그 회사의 이사로 재직하다가 오너와의 불화로 사표를 내고 그 뒤로는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그. G기공은 H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운전자금을 계속 대출받아 사용했고, 최희철씨는 임원으로서 G기공의 대출채무에 연대보증을 섰으며 매년 대출 연장시에도 서명을 했다.


최희철씨가 G기공에 사표를 낸 것은 3년 전. 그런데 최근 G기공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되자 그 채무의 연대보증인인 최희철씨에게 빚을 갚으라는 독촉장이 날아오기 시작했고, 급기야 H상호저축은행은  최희철씨 명의 아파트에 가압류를 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재산이라고는 달랑 집 하나 밖에 없는데, 여기에 가압류까지 당하고 나면 애들 결혼은 어떻게 시켜야 할지 눈 앞이 캄캄합니다. 그 잘난 임원한답시고 보증만 잔뜩 서고...”


이사로 재직할 당시 최희철씨가 파악한 G기공의 대출규모는 5억 원 정도였는데, 자신이 퇴직한 이후 대출 규모가 증가하여 이제는 15억 원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제가 변호사 두 분께 여쭤봤는데, 제가 연대보증한 것이 맞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는 힘들다고 하더군요. 유일한 방법은 제가 와이프와 이혼을 하는 수밖에는...”


“이혼요?”


“네, 애들 엄마에겐 제가 잘 설명을 해야지요. 이혼을 한다고 하고 제가 애들 엄마 앞으로 재산분할 명목으로 집의 지분 1/2를 넘겨주는 방법을 취하면 그나마 일부라도 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던데요.”

“아... 그 방법은 좀...”





남편이 많은 채무를 져서 채권자로부터 독촉을 받을 때 이를 피하기 위해서 가장(假裝) 이혼을 시도하는 부부들이 많다. 실제 빚 때문에 부부사이의 신뢰가 깨져서 이혼을 한다면 모르지만, 단순히 채권자들의 빚 독촉을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이혼을 하려는 경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보았다.


첫째, 형식상 가장 이혼을 한다고 하지만 일단 법적으로 이혼 수속을 밟고 따로 살게 되면 실질적으로도 서로의 관계가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둘째, 이혼을 하든 안하든 남편의 채무는 남편만 책임을 질뿐이지 부인이 당연히 남편의 채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셋째, 오히려 가장 이혼을 하면서 재산을 일부라도 부인 앞으로 빼돌리면 채권자로서는 ‘강제집행면탈죄’라는 형사적인 책임을 채무자에게 물을 수도 있다. 이 경우 남편은 형사고소까지 당하게 되어 더 힘들게 된다.


나는 이런 사정을 최희철씨에게 설명하면서 이혼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었다. 최희철씨는 내 말에 반색을 했다. “아. 이혼을 하나 안하나 똑같다는 말씀이죠?” 최희철씨는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느 변호사가 ‘이혼이 최선’이라고 설명해 주니 마음이 착잡했던 것이다.


“네, 이혼이라는 미봉책이 아니라 뭔가 근본적인 대책을 알아봅시다. 잠깐만요...”


나는 몇 가지 사항을 최희철씨에게 물어 보았다.


“이사직을 그만 둘 당시 혹시 상호저축은행에 더 이상 연대보증책임 지지 않는다고 통보하셨나요?”

“일단 제가 좀 찜찜해서 사표를 내면서 상호저축은행에 그 사실을 통보한 적은 있습니다만 그런 일방적인 통보로는 효력이 없다더군요.”


“혹시 그 때 연대보증 서명했던 대출서류는 갖고 있지 않으시나요?”

“제가 상호저축은행에 가서 받아올 수 있습니다.”

“일단 그 서류일체를 가지고 오십시오.”


나는 뭔가 집히는 것이 있었다. 며칠 뒤 최희철씨가 대출서류를 갖고 왔다. 그 내용을 꼼꼼히 살펴본 나는 빙그레 웃었다.


“사장님. 방법이 있습니다. 실마리를 풀었습니다.”


회사의 임원 자격에서 보증을 선 사람이, 그 임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경우 예전의 보증책임을 그대로 지는가에 대해서는 아주 복잡한 법적 문제가 있다. 


원칙적으로는 임원의 자리에서 물러나더라도 책임을 지지만, 예외적으로 ‘특정 채무가 아닌 회사의 계속된 채무 일체에 대해서 보증책임을 지는 경우’, 즉 포괄근보증일 경우에는 임원이 회사의 임원직을 그만두면서 보증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을 금융기관에 통보했을 때에는 보증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사장님이 G기공 이사직을 그만두면서 H상호저축은행에 통보를 한 것은 잘 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 대출서류를 보니 채무 금액이 특정이 되어 있긴 하지만 이는 형식적인 특정에 불과하고 사실상 ‘장래에 G기공이 부담하는 채무 일체’에 대해서 연대보증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포괄근보증에 해당합니다. 포괄근보증일 경우에는 임원직에서 물러날 경우 통보를 통해 연대보증의 해지가 가능합니다.”


최희철씨는 의외의 실마리에 기뻐했다.


“그럼 소송을 해야 하나요?”

“아닙니다. 소송을 하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니, 일단 제가 상호저축은행측에 내용증명을 보내보겠습니다.”


나는 최희철씨의 대리인 자격으로 H상호저축은행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① 최희철씨가 G기공의 대출채무에 연대보증한 것은 G기공의 임원자격에서 불가피한 것이었다. 


② 최희철씨가 G기공의 이사직을 사임하면서 자신은 더 이상 연대보증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점을 통보한 바 있다. 


③ 최희철씨가 연대보증한 G기공의 귀 상호저축은행에 대한 채무는 ‘포괄근보증’이다. 


④ 포괄근보증의 경우 임원의 지위에서 연대보증한 보증인은 그 지위에서 물러나면서 해지통보를 할 경우 해지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 


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보증인으로서의 책임을 추궁하거나 재산에 대한 가압류 등을 할 경우에는 금융감독기관에 진정을 제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 뒤 상호저축은행 담당자로부터 내게 전화가 걸려왔고, 나는 법적인 설명을 더 자세하게 해주었더니 더 이상 최희철씨에게는 책임을 추궁할 실익이 없겠다면서 절차를 종결시키겠다고 알려왔다.


이 기쁜 소식을 최희철씨에게 알려주었더니 며칠 후 부인과 함께 나를 찾아왔다. 


“솔직히 제 실수로 이혼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암울했습니다. 와이프에게도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았구요. 그런데 이렇게 내용증명으로 문제가 해결되니 정말...”


“이거 정말 약소합니다만, 저희 부부 성의입니다. 곧 설날이기도 하고. 사양하지 마시고 받아주세요.”


최희철씨의 부인은 내게 하얀 봉투를 내밀었다.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 나중에 열어보니 백화점 상품권 10만원권 10장이었다.





오호~

설날을 앞두고 있으니 어머니께 5장, 와이프에게 5장을 건네면 아주 적절할 것 같아 어깨가 으쓱했다.


최희철씨를 보낸 후 몇 시간 뒤에 전화를 받았다.

K였다.


“조변호사, 설 대목 전이라 바쁘지? 근데 말야 괜찮은 Deal이 내게 왔어, 꼭 한번 검토해 주면 좋겠는데. 한 30분이면 돼.”


오, K. 이번엔 또 무슨 Deal일까.


이 친구와의 인연이 떠올랐다. 


변호사 생활 시작한 지 3년 만에 만났던 사회친구. 미국에서 조그맣게 시작한 IT업체가 큰 기업에 인수합병되면서 큰 자금을 마련했고, 그 자금을 들고 한국으로 와서 미국과의 다양한 거래를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K를 알게 되어 다양한 계약 검토를 해 주었다.

인물 좋고 성격 좋은 K.


거기다 성공한 청년사업가이기도 했기에 항상 그 주위에는 사람들이 많이 따랐다. 결혼도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미모를 갖춘 전문직 여성과 성대하게 치렀다.


그러던 K가 올인(all in)했던 투자건 하나가 문제가 생기면서 갑자기 빚더미 위에 올라앉게 되었다. 사업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잘 나가던 친구가 하루 아침에 알거지 신세가 되다니... 여기저기서 채권자들이 들이 닥치는 통에 엄청나게 시달렸다.


하지만 사업을 하는 친구라 그런지 결코 사람들에게 꿀리기 싫어했다. 사람들을 만나도 꼭 호텔에서 만나고 커피 값을 내도 본인이 내야 했다. 남들에게는 내색하지 않지만 내게는 속내를 다 이야기하는 K.


“와이프가 고생하지 뭐. 와이프 신용카드 7개를 만들었어. 그 중 6개를 내가 쓰면서 돌려막기 하고 있지. 한 방이면 되는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K.


한 번 큰 물에서 놀아봤던 친구라서 그런지 손을 대는 Deal들은 하나 같이 금액도 크고 내용도 좀 황당했다. 친구로서의 내 바램은 작은 Deal부터 시작해서 차근 차근 올라갔으면 했는데, K는 한 방에 판을 뒤집을 수 있는 뭔가를 노렸다.


K가 그런 식으로 본의 아닌 헛발질을 한 지도 어언 2년이 접어 들어가는 시점이었다. 그 큰 빚더미를 안고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가늠이 안 되었다. 과연 오늘은 어떤 Deal을 가지고 날 찾아오는 걸까?


“니콜라스 2세가 누군지 알지?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야. 볼세비키 혁명 때문에 그 일가족은 살해되거나 추방됐거든. 그런데 니콜라이 2세는 엄청난 부자였고, 그 친척들과 신하들이 니콜라스 2세의 막대한 금과 보물들을 빼돌렸어. 

꽤나 많은 사람들이 동원됐지. 왕국을 언젠가는 다시 재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했던 것 같아. 어쨌든 그 막대한 금과 보물들을 몽골 지역 곳곳에 매장해 뒀다고 해. 그리고 나중에 이를 찾을 수 있기 위해 보물지도를 비밀리에 만들어서 보관했고, 그 중에 몇 개가 발견됐어.”







나는 표정관리를 하며 K의 말을 진지하게 들었다.


“내가 하는 말이 좀 황당할 거야. 하지만 실제 캐나다 업체가 몽골에서 금광을 발견한 일이 신문에 보도가 됐다구. 여기 봐봐. 이번에 내 파트너가 발견한 보물지도에 따르면 아직 아무도 발굴하지 못한 곳에 3군데나 표시가 되어 있다는 거야. 몽골정부로부터 금광채굴 독점권을 따 내면 대박이야. 우리 광물자원공사 쪽에도 선을 대놨어. 네가 변호사로서 우리가 뭘 체크해봐야 하는지, 그리고 관련 계약서들을 좀 살펴봐주면 좋겠어. 그리고 가능하면 몽골 쪽 로펌도 한번 알아봐주고.”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일이 신빙성 있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K가 워낙 신이 나서 설명했기에 야박하게 자르기가 힘들었다. 일단 자료를 받아두고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회의를 마치고 K를 보내려다가 K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내 방에 들어와서 컴퓨터를 켰다, 어떻든 재기하려고 발버둥치는 K의 모습에 마음이 짠했다.


문서 파일을 열고 편지를 썼다.

궁서체 14포인트로 예쁘게. 


“친애하는 친구 K.


나는 아직도 널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미국에서 그 어려운 상황을 돌파해 낸 스토리는 내게도 큰 귀감이 되었어.

지금은 다소 힘들고 외롭겠지만

난 널 믿는다.

넌 반드시 예전의, 아니 예전 모습보다 더 멋지게 재기할 거니까.

용기를 잃지 말기 바란다.


언제나 너를 믿는 친구 우성”


유치할 수도 있지만 왠지 내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다.편지를 출력해서 봉투에 넣고, 아까 최희철씨로부터 받은 상품권 10장을 그 봉투에 같이 넣었다.


회의실에서 기다리던 K에게 봉투를 건넸다.


“어? 이게 뭐냐?”


“연애편지일까봐? 설인데 제수씨에게 선물 좀 사드리라구. 체면 좀 세워야지. 안 그래?”


“야, 뭐 이런 걸 주고 그러냐.”


항상 남에게 퍼주기만 하던 K로서는 남에게 무언가를 받는 것이 많이 어색했던 것 같다.


그 후 K로부터 더 이상 몽골 금광 프로젝트를 들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불과 6개월 사이에 K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예전에 K에게 신세를 졌던 후배가 좋은 Deal을 갖고 왔고, K는 본인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서 그 Deal을 멋지게 성공시켰다. 그리고 연이어 2-3개의 M&A Deal을 성공시키면서 불과 짧은 시간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나는 K의 활약상을 신문을 통해 계속 지켜보면서 흐뭇해 했다.


그 해 추석을 앞두고 있던 어느 날 저녁.

갑자기 K가 전화를 걸어왔다. 술에 잔뜩 취한 상태였는데 당장 사무실 앞으로 나오라는 것이다. 이런 도깨비 같은...


사무실 앞으로 나가보니 기사 딸린 자가용 앞에서 폼을 잡고 서 있었다. 

“야, 조우성이! 오랜만이지? 연락 못해 미안하다.”

그러더니 잠깐 같이 걷자고 했다.


“내가 진짜 진짜 너에게 고마워할 일이 있거든. 그런데 말야. 좀 폼 나게 인사를 하고 싶어서 참았다. 뭔 얘긴지 궁금하지 않냐?”



몽골 금광 건으로 나를 만나러 온 그 당시, K 와이프는 K에게 이혼 이야기를 2-3번 꺼낸 상황이었다. 단순히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 계속 허황된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K의 모습에 큰 실망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 몰리다보니 K는 더더욱 큰 한방을 찾아 불나방처럼 뛰어 다녔던 것이고.


내가 준 편지와 상품권. K는 내 친구가 주더라면서 그 편지와 상품권을 와이프에게 내놓았다. K의 와이프는 내 편지를 보고는 한참을 말없이 있더니 “당신 친구도 이렇게 당신을 믿어주는데 내가... 와이프인 내가... 당신을 안믿어 주면 안되겠어요. 미안했어요 그동안.”라고 말했다.

K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내가 준 편지를 자기 컴퓨터 옆에 떡 하니 붙여 놓았다는 것이다. 그 편지는 완벽한 와이프 입막음용이었다.


“친구야. 그 편지 아직까지 붙어 있어. 그리고 미안한 건 내가 술 먹고 늦게 들어갈 땐 네 이름을 팔곤 해. 넌 우리 와이프에겐 보증수표거든. 하하하. 고마워.”


그리고는 흰 봉투 하나를 내 주머니에 쿡 찔러 넣었다.


“친구야. 제수씨랑 애들 맛있는 거 사주고 나머지는 비자금 해라! 이게 내 방식인 거 알지? 추석 잘 쇠고!”


아, 나의 궁서체 편지가 그렇게 큰 역할을 했다니. 

K가 주머니에 찔러 준 봉투에 든 현금을 세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것이 이런 것?


K는 그 후로 몇 가지 사업을 진행하다가 다시 미국으로 건너갔다. 예전처럼 자주 연락을 주고받지는 못하지만 잊을만 하면 불쑥 불쑥 전화를 걸어 온다.


그러고 보니 7년 전 설날, 나는 두 커플의 이혼 위기를 막았던 거로구나. 이 정도면 복 받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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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송세준 2013.09.22 01:11 신고

    영화 한편을 본 기분입니다.
    감동받았습니다.

  2. 손귀자 2013.09.22 01:59 신고

    이 늦은밤에도 가슴 따뜻한 감동으로 행복한 미소가 함께하며 잠이 멀리 도망가네요 감동의 글 감사히 잘 봤습니다

  3. 최경남 2013.09.22 06:12 신고

    내 얘기를 들어 줄 단 한사람이 있다면 1권 ㅡ을 다읽고 한동안 책 제목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변호사님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을 접할수 있다는 건 큰 행운입니다. 감동받고 갑니다.

  4. 이혜정 2013.09.22 12:16 신고

    두가정과 그에 딸린 가족들...
    변호사님의 삶의 방식이 참 아름다워요~!
    감사합니다^^*
    부디 오늘도 변호사님께 폭풍집필신이 강림하시길....
    매일매일 책이 나오길 기다립니다~!!

조우성 변호사의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2권 중

'나이스 캐취'


“변호사님, 이 정도면 충분히 고소꺼리가 되지요?”


우리 법률사무소 김 사무장의 후배인 박진수씨(가명). 아래층에 사는 최광출씨(가명)와 언쟁이 붙었고 그 과정에서 멱살을 잡히고 밀침을 당했다는 것을 이유로 박진수씨를 고소하기 위해 상담을 받으러 왔다.


“여기 진단서도 발부받았습니다.”


의기양양하게 내 놓는 진단서에는 전치 1주를 요하는 어깨 타박상을 입었다는 내용이 기재되었다. 부상의 정도는 경미했지만 의뢰인이 워낙 흥분했기에 자초지종을 들어보았다.


박진수씨와 최광출씨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 00주공 아파트 00동 5층과 4층에 사는 이웃으로, 박진수씨는 가전제품 영업사원, 최광출씨는 00자동차 부품 하청공장에서 3교대로 근무하는 현장근로자였다.


이 두 사람 사이에 불화가 생긴 것은 층간소음 때문. 박진수씨에게는 2명의 아들(6세, 4세)이 있는데 그 또래의 아이들이 늘상 그렇듯이 가만히 앉아있는 때가 없다. 소파를 휙휙 타 넘기도 하고 무술을 한답시고 거실에서 덤블링을 하는 일이 다반사. 아래층에 사는 최광출씨는 몇 차례 인터폰을 통해 항의를 했다.


“물론 저희 아이들이 좀 소란스러운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아파트에서 공동생활 하다보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부분도 있잖습니까. 그리고 우리 애들은 낮에만 떠들지 밤에는 조용하다니까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최광출씨가 3교대 근무를 하는 것이 문제를 악화시킨 것 같았다. 최광출씨는 정오(12시)쯤 퇴근해서 식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저녁 7시쯤 출근을 하는 날이 많다보니 오후시간에는 집에서 잠을 자야했는데, 그 시간에 박진수씨의 아이들은 끓어오르는 남아(男兒)의 정기(精氣)를 마구 발산해야만 했으니.


어느 주말 저녁 8시쯤 초인종이 울려서 박진수씨가 나가보니 왠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서 있었다.

“대체 애들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겁니까? 내가 한두 번 항의한 것도 아닌데...”

최광출씨였다. 키는 180cm가 넘어 보이고 반팔 티셔츠가 터져나갈 듯한 우람한 이두박근의 소유자. 박진수씨는 순간 움찔했다. 하지만 뒤에서 애들이 보고 있는데 밀릴 수야 없지.





“우리 애들이 뭐가 그렇게 시끄럽다는 말입니까? 너무 유별나신 거 아닙니까?”

“내가 3교대 근무 때문에 낮에 잠을 자야 하는데, 얼마나 위에서 쿵쾅거리는지 아십니까?”

“애들은 좀 뛰면서 놀아야지요. 3교대 근무라는 특수한 사정은 댁 사정이고...”

“뭐요?”


화가 난 최광출씨는 박진수씨의 멱살을 잡았다. 최광출씨보다 키가 훨씬 작은 박진수씨는 대롱대롱 매달린 신세가 되었다. 

“이거 당장 안 놔요? 이러면 내가... 내가... 가만히 안 있을겁니다.”

“어쩔 건데? 어쩔 건데? 응?”


최광출씨는 거칠게 멱살을 풀었고, 박진수씨는 뒤로 나둥그러졌다. 


“이런 무식하고 힘밖에 모르는 인간들은 혼이 좀 나야 합니다. 변호사님, 이 정도면 충분히 고소할 수 있지요? 네? 더욱이 그 사람은 아마츄어 복싱선수 출신이라고 합니다. 일반인도 아니고 복싱선수라면 죄가 더 무겁게 되지 않나요?”


솔직히 이웃 간의 싸움이고 상처도 큰 것이 아니어서 이 정도 일을 가지고 형사고소를 한다는 것이 영 내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의뢰인이 워낙 화가 나 있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요건에 맞춘 고소장을 작성해 주었다. 그 후 박진수씨는 경찰서에 가서 고소인 조사를 받았고, 그로부터 몇 일 뒤에 최광출씨도 경찰에 불려가서 피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경찰에서도 웬만하면 합의(최광출씨가 약간의 치료비를 부담하고 사과하는 방식)하고 고소를 취하하라고 권유했는데, 최광출씨는 ‘내가 왜 치료비를 내야 하나? 오히려 그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잔 것에 대해 정신적 피해배상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박진수씨는 ‘나는 배상을 원치 않는다. 법적으로 엄벌에 치해지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경찰은 ‘시간을 좀 줄 테니 더 좋은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쌍방이 노력해 보세요.’라면서 일단 사건 진행을 중단시켜 놓았다고 한다.


그 뒤로도 박진수씨는 두어 번 우리 사무실을 방문해서 “진정서를 써서라도 사건을 좀 더 빨리, 그리고 강하게 처리해 달라고 조치해 주십시오.”라고 요청했고, 나는 알겠노라고 대답했다.


사건을 소개한 김사무장은 내게 미안한 듯 “생각보다 너무 까탈스러운데요”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사건을 진행하다보면 변호사 입장에서도 좀 감당하기 힘든 분들이 있는데 박진수씨도 그런 범주에 속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박진수씨는 다시 상기된 표정으로 우리 사무실을 찾았다. 헉... 또 무슨 일?


“이 미친 놈이 제게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나는 흥분해 있는 박진수씨로부터 소장을 넘겨 받아 살펴보았다. 원고는 최광출, 피고는 박진수. 원고는 피고 아들이 계속 층간소음을 내는 것 때문에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함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기에 이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1,000만 원을 청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소장의 전반적인 체계나 내용이 지극히 조잡한 것으로 봐서 최광출씨가 여기 저기 내용을 보고 조합해서 본인이 작성한 듯 했다.


“좋아요. 좋아! 이젠 정면승부입니다. 변호사님. 이 민사소송건도 맡아 주십시오. 아예 이 민사소송에 제가 폭행당한 것을 포함시켜서 역으로 손해배상 청구해 주십시오. 그게 가능하죠? 반대 소송인가 뭔가가 있죠?”

“아, 네. 반소(反訴)라는 제도가 있긴 합니다.”

“잘 됐네요. 그럼 반소를 제기하고 제 손해배상으로는 2,000만 원을 요청해주십시오.”

“2,000만 원요? 그렇게 하려면 근거가 필요한데...”

“그 근거는 제가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어떻게든요...”


아... 이웃 간의 일이 점점 커져만 갔다. 그렇다고 기업체 사건처럼 제대로 된 변호사 보수를 받고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그야말로 계륵(鷄肋)과 같은 사건.


피고는 민사 소장을 받은 날로부터 1달 이내에 법원에 답변서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나는 박진수 씨 사건 답변서 작성을 계속 미루고 있다가 제출마감일 1주일을 남겨 두고 서둘러 김사무장에게 박진수씨와의 미팅을 잡아 달라고 했다. 박진수씨와 전화 통화를 한 뒤 내게 달려 온 김사무장.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변호사님. 우리 이 사건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잘 해결된 것 같습니다.”

“뭐? 진짜? 아니 어떻게?”


며칠 전, 그 날도 최광출씨는 3교대 오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해서 낮 12시 반쯤 아파트 입구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아파트 위쪽에서 시끄러운 어린 아이들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나 다를까. 여전히 자기의 숙면을 방해하는 5층의 그 두 녀석들이었다. 베란다에서 칼싸움을 하고 있는데 가관이었다.


최광출씨는 ‘오늘도 제대로 자기는 글렀구나’라고 생각하고는 아파트 입구로 들어서려고 하는데 갑자기 큰 비명소리가 들렸다. 급히 위를 쳐다보니 5층에서 아이 하나가 그대로 추락하는 것이 아닌가.


위에선 아이 엄마가 아파트가 떠나갈 듯 비명을 질렀다. 그래도 왕년에 복싱선수 출신인 최광출씨. 머리 속으로 빠른 계산을 했다. 그대로 서서 받으면 나나 아이 뼈가 부러질 수 있으니 일단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받은 다음 자연스럽게 바닥에 넘어져야 한다. 하지만 아이의 머리는 최대한 보호하면서...


순식간의 일이었지만 예전 상대방의 펀치를 피하는 연습을 한 것이 그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 몰랐다. 그리고 틈틈이 운동을 해 두었던 덕을 본 셈.






“퍽”

최광출씨는 박진수씨의 큰 아들을 안전하게 잡아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의 무릎이 최광출씨의 머리와 어깨를 강타했고 그 충격으로 최광출씨는 찰과상과 타박상 등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베란다에서 용감하게 뛰어 내렸던 그 아이는 전혀 다친 곳이 없었다.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진수 그 친구, 최광출씨에게 미안하고 고마워서 어쩔 줄 몰라 하더군요. 당장 형사고소 취하한다고 합니다. 아마 민사건도 잘 해결될 것 같아요.”


“음.. 자기 아들의 생명을 구해줬으니... 김 사무장. 민사사건 파일도 클로징 합시다. 잘 됐네”


나는 김사장을 돌아보며 눈을 찡긋거렸다.


“진정한 나이스 캣취였구먼. 게임을 종료시키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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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 변호사의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2권 중

'그 놈 목소리'



항상 그렇지만 외부의 투서(投書)로 시작되는 수사는 잘 해 봐야 본전이다. 아무 이유 없이 투서를 넣지는 않겠지만 투서자의 신분이 확실히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투서자를 불러서 물어볼 수도 없고. 오로지 투서의 내용에 기초해서 수사가 진행되어야만 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00지검 특수부 강00 검사 방에 신원불명의 누군가로부터 투서가 배달된 것은 1달 전. 

U건설이 중앙부처 공무원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수차례 제공했고, 그 결과 U건설은 두 건의 관급공사를 수주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공무원이 개입되어 있는 비리 사건은 특수부 검사들이 사명감을 갖고 파헤쳐야 할 사건이다. 특히 00지검장께서는 일선 검사들에게 공무원의 비리사건만큼은 발본색원하라는 엄명을 내린 상황이라 강 검사는 이 사건을 반드시 깔끔하게 처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처음 의욕과는 달리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강 검사는 백지에 관련인물들의 관계도를 그려보았다.


U건설의 황 00 사장,

중앙부처 권 00 국장, 채 00 국장, 신 00과장.


U건설 황 사장은 올해 나이 61세의 자수성가 CEO. U건설은 3군 그룹에 속하는 중소건설업체로서 최근 몇 년간 관급공사를 많이 수주해서 급성장했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중앙부처와 유착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긴 했다. 


투서는 U건설의 경쟁업체에서 제기한 것 같았다. 하지만 투서라는 것은 확실한 증거가 없이 전반적인 정황만으로도 제기할 수 있는 것이라 모든 수사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중앙부처 국장을 대상으로 한 수사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우선 강 검사는 수사계장을 황사장과 권국장에게 보내 정중히 몇 가지를 물어봤다.


황사장이 권 국장, 채 국장과 몇 번 식사를 한 것은 드러났지만 황 사장과 권 국장은 고등학교 선후배지간이어서(황 사장이 권 국장의 10년 선배), 동문 선후배끼리 만나서 식사한 것일 뿐 뇌물의 제공이나 부정한 청탁을 한 것은 없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수사가 지지부진할 즈음, 두 번째 투서가 강 검사 방으로 우편접수되었다. U건설의 회계장부를 깊게 파보면 분명 펑크 난 돈이 있을 것이고, 의심되는 공무원 및 그 가족들의 계좌를 추적해보면 돈이 입금된 흔적이 있을 것이라는 코치(?)를 하는 내용이었다.


강 검사는 스타일 구기는 일이긴 하지만 투서를 근거자료로 첨부하여 법원에 U건설 회계자료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관련 공무원들 및 그 가족, 형제들에 대한 예금계좌에 대한 내역 조회를 신청했다.


막상 U건설로부터 회계자료를 압수 받아 수사관들을 투입시켜 조사해보니 불분명한 돈의 흐름들이 많이 발견되었다. 사실 중소 건설업체들의 회계장부가 대기업의 그것처럼 깔끔하게 맞아 떨어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돈이 다소 빈다고 해서 이를 근거로 바로 뇌물을 준 것으로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강 검사는 U건설의 회계담당자들을 불러서 강하게 으름장을 놓았다. 


“회계장부를 보니 문제가 아주 많아요. 황 사장이 개인적으로 빼간 돈들, 그리고 비자금 형식으로 만들어서 인출한 돈들을 다 밝힐 겁니다. 아울러 그 돈이 어디에 사용되었는지 여러분들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여러분들도 배임이나 횡령의 공범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회계담당자들은 자신에게 형사적인 책임이 떨어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황 사장이 개인적으로 수시로 현금을 많이 인출해 갔다는 점을 실토했다. 비자금을 운용한 방식을 굳이 비교하자고 치면 대기업의 세련된(?) 방식에 비해 U건설의 그것은 아주 순진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강 검사의 목표가 황 사장의 개인적인 비리(횡령, 배임)를 적발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은 아니었다. 고위 공직자들과의 커넥션을 밝혀내는 것이 강검사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 하지만 고위 공직자들과의 연결고리를 밝히는 것은 쉽지 않았다. 


공무원들의 관련계좌를 뒤져 봐도 불시에 큰 돈이 입금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뇌물을 받는 이들은 꼬리를 밟힐 것을 알기 때문에 절대 자신이나 관련자의 예금계좌에 입금하지 않고 별도로 모처에 보관하거나 무기명 금고에 보관하는 것이 추세이다.


강 검사는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어 황 사장을 수시로 검찰로 부른 다음 때로는 호통을 치기도 하고 때로는 회유하면서 공무원들과의 유착관계를 자백하라고 다그쳤다.


“황 사장님. 지금 회사 계좌에서 돈이 상당히 비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미 이것 자체만 따져도 업무상 횡령, 배임입니다. 법정형이 상당히 무겁습니다. 하지만 황 사장님이 이 돈을 어쩔 수 없이 공무원들에게 줬다고 진술하면 황 사장님에 대해서는 충분히 정상참작해 드리겠습니다. 물론 뇌물을 준 것 자체도 ‘증뢰죄’가 되지만 수사에 협조해 주신 것을 감안해서 기소유예 등의 불기소 처분을 내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타겟은 부정부패한 공무원들입니다!”



하지만 황 사장은 회사 계좌에서 비는 돈은 모두 자기가 개인적으로 급한 데 쓰거나 유흥비로 사용했던 것일뿐 공무원들에게 뇌물로 준 것은 결코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강 검사의 수사는 난관에 부딪혔다.


그러던 어느 날 강검사는 수사관으로부터 황 사장이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평소 고혈압이 있던 황 사장은 계속되는 수사와 그로 인한 회사 사정의 악화 등이 겹쳐서 뇌출혈로 쓰러졌고, 증상이 심각하다는 것이었다.


강 검사는 병원으로 전화를 걸어 황 사장 담당의에게 황사장의 상태를 문의했다. 몸 전체의 2/3가 마비됐고 언어기능이 많이 손상되어 앞으로 상당기간 극도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강 검사로서는 그렇게 무리하게 수사를 펼친 것도 아닌데 황 사장이 저 지경에까지 이른 것을 보니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이 사건은 더 이상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내사 종결 처분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윤성일(가명)씨가 강 검사를 찾아 온 것은 그로부터 며칠 후였다. 수사계장을 통해 U건설 사건으로 검사님을 꼭 뵈야겠다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제가 강 검사인데, 어쩐 일로 오셨죠?”


이미 김이 빠져버린 U건설 사건이기에 강 검사는 별다른 기대 없이 윤성일씨를 맞았다.


“네, 검사님. 바쁘신데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황 사장님의 운전기사입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황사장의 운전기사라는 말에 강 검사는 속으로 짚이는 것이 있었다. 

‘내가 왜 운전기사를 조사해 볼 생각을 못했을까?’


윤성일씨는 두툼한 업무수첩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그 수첩을 펼쳤다.


“이 수첩에 보면 제가 사장님 지시로 권 국장을 만나서 돈을 건넸던 날짜, 장소, 대략적인 금액이 다 기재되어 있습니다.”


강 검사는 수첩에 기재된 내용을 스캔하듯이 꼼꼼하게 읽어내려갔다.


“2010/04/02  권 자 희망주유 앞 / 쇼1개 / 1,000

 2010/04/28  권 컨트리 주차장 / 박1개 / 3,000

  ...

  ...“



“성일씨, 이 기재 내용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요? 대략 감이 오긴 하는데..”


“네, 2010년 4월 2일, 권국장 자택 근처 희망주유소에서 쇼핑백 1개에 1만 원권 1,000만 원을 건넸구요, 2010년 4월 28일 권국장과 사장님이 골프 치실 때 컨트리클럽 주차장에서 제가 권국장 차량 트렁크에 1만 원권이 가득 든 박스를 하나 실었습니다. 그게 약 3,000만 원 가량 됩니다. 그 외에도 ....”


강 검사는 쾌재를 불렀다. 아니 이렇게 꼼꼼하게 기재해 두었단 말인가. 대략 5회에 걸쳐 1억 5천만 원 정도가 권 국장에게 건너간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수사에 도움을 줘서 고맙긴 한데, 이걸 왜 이렇게 기록해 두셨나요?”


강 검사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윤성일씨가 이런 자료를 만들어 둔, 그리고 이를 공개하는 이유를 물어 보았다. 윤성일 씨는 크게 심호흡을 한 다음 담담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운전병으로 군대를 졸업하고 선배의 소개로 U건설 황 사장의 운전기사로 취직을 한 윤성일씨. 변변한 기술도 없는 자신을 항상 인간적으로 대우해 준 황 사장에게 고마운 마음이었다. 이래저래 외부 접대가 많아 새벽 늦게까지 황 사장을 수행해야 했지만 윤성일씨는 그것이 그리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네도 공부를 좀 하지 그래? 대학도 못 마쳤다면서?”


인간미 넘치는 황 사장은 성일씨에게 공부를 계속하라는 주문을 했다.


“어차피 날 따라다니면 대기하는 시간이 많잖아. 그 때 스마트폰만 보지 말고 책 보고 공부 좀 하게. 나중에 편입시험도 쳐보고 말야. 평생 남 운전하며 살 수는 없지 않나?”


성일씨는 황 사장의 배려에 눈믈이 날 지경이었다. 황 사장은 100만 원짜리 수표 1장을 주면서 “자, 이걸로는 술 사먹음 안 돼! 책을 사서 나를 기다리는 시간에는 항상 공부를 하도록 해. 알겠지?”라고 호탕하게 말했다.


성일씨는 그 동안 안일하게 살아왔던 자신을 반성하며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의 인생계획을 다시 세워보리라 마음먹었다. 우선 서점에 가서 자격증 시험을 위한 교재를 몇 권 구입했다.


성일씨는 황 사장이 시키는 대로 차량에서 대기할 때면 언제나 책과 볼펜을 들고 공부를 했다. 처음에는 공부하는 습관이 들지 않아 자꾸 스마트폰에만 눈이 갔는데, 그러다가 몇 번 황 사장에게 들켜서 혼이 난 이후부터는 단 5분이라도 여유시간이 생기면 책 보는 습관을 들였다.


어느 날 황 사장은 평소랑은 달리 마음이 좀 들뜬 것 같았다. 그는 뒷 자리에서 창밖을 보며 성일씨에게 말했다.


“우리 시골 고등학교 출신 후배 중에 아주 훌륭한 후배가 있더라구. 행정고시 패쓰하고 벌써 국장 자리에 올랐단 말야. 참 자랑스러운 후배야. 앞으로 종종 식사하게 될 거 같아. 자네도 나중에 인사 잘 드리라구.”


황 사장은 사전에 예약된 한정식 집에서 후배인 국장과 식사를 했고, 성일씨는 그 날도 열심히 차 안에서 자격증 수험서를 읽고 있었다.


9시 반쯤 황 사장이 어느 중년의 신사와 같이 음식점을 나오는 것이 보였다. 성일씨는 얼른 차를 대기시키고 차 밖에 나와서 서 있었다.


“선배님! 오늘 진짜 감사합니다.”

중년 신사는 상당히 술에 취해있었다.


“아이구, 후배님. 내가 오히려 더 영광이지요. 차 안 갖고 왔나요? 아하, 택시는 무슨 택시. 내 차로 모셔다 드리죠. 어이 윤 기사. 권 국장님 좀 모셔라.”


성일씨는 황 사장이 시키는 대로 그 신사를 황 사장 차량 뒷자리에 모셨다.

“윤 기사, 나는 택시타고 갈 테니 내일 아침에 우리 집으로 오거레이. 대신 권 국장님 댁까지 잘 모셔다 드리거라.”






성일씨는 황 사장에게 인사하고 차에 올랐다. 

“국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댁이 어디신지요? 어디로 모실까요?”


그러자 뒤에 타고 있던 권 국장은 방금 바깥에서 보이던 태도와는 달리 싸늘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노가다 주제에 돈 좀 있다고 거들먹 거리는 꼴이라니... 어디서 선배노릇이야. 나 원 참. 더러워서. 어이, 00동 00아파트로 좀 가!”


권 국장은 술에 많이 취해있었다.

 

“뭐야, 허.. 공부하나? 00 자격증? 이거 따서 뭐에다 써 먹는 건데?”


권 국장은 갑자기 조수석에 있던 성일씨가 보고 있던 책을 휙 집더니 뒤적여 보았다.


“아... 네. 제가 학교 때 공부를 제대로 안 해서 이제야 좀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어이그... 공부는 다 때가 있는 거야. 그리고 이런 자격증 따서는 아무 것도 안 돼. 헛지랄이야 헛지랄... 당신도 어지간히 갑갑한 인생이구만, 갑갑한 인생.... 커.... 오늘 무지 취하네.. ”


권 국장은 성일씨 책을 몇 장 찢어서 자신의 입을 닦고는 창밖으로 휙 버리더니 뒷자리에 곯아 떨어졌다.


“‘술에 취해서 그런 거야. 나도 술에 취하면 그렇게 될 수 있어.’ 저 혼자 여러번 저를 진정시키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 모욕감은 계속 생각이 나는 겁니다. 특히 권 국장 그 놈의 비아냥 거리는 목소리는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후 성일씨는 황 사장의 요청으로 수시로 권 국장에게 돈을 건넸다. 황 사장은 입이 무거운 성일씨를 신뢰했었고, 권 국장 역시 선배로부터 받는 돈이라서 그런지 별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성일씨는 황 사장을 비하하던 권 국장이 황 사장이 주는 돈은 넙죽 넙죽 받는 행태에 화가 났다. 그래서 자신의 노트에 권 국장에게 돈을 건넨 날짜와 장소, 대략의 금액을 다 적어 놓은 것이다. 언젠가는 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 사장님, 정상적인 생활은 앞으로 힘들다고 합니다. 만약 사장님이 저렇게 되지 않으셨으면 전 이 장부를 공개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사장님이 쓰러지시는 걸 보니 제가 눈이 뒤집혀 버렸습니다. 이 정도면 권 국장은 처벌될 수 있지요?”


그 뒤 강 검사의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확실한 참고인인 윤성일씨를 앞세워 공무원들과 대질신문을 벌이고 관련자들에게 압박을 가하자 권 국장은 자신이 돈을 받은 사실, 그리고 그 돈 중 일부가 권 국장의 윗 선에까지 흘러간 사실을 실토했다. 권 국장과 그 상사는 각 징역 3년,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공무원 직에서는 파면처분되었다.


이 사건은 당시 공직자 부정부패 척결사건으로 언론에 크게 보도까지 되었다.


기업범죄세미나에서 만난 대학 후배 강 검사가 뒷풀이 자리에서 술안주거리 삼아 해 준 이야기이다.


“권 국장 그 양반. 술 먹고 자기가 운전기사에게 했던 말과 행동을 기억 못 하더라구요. 제가 수사하면서 슬쩍 물어봤지요. 무심코 했던 말과 행동이 얼마나 권 국장에게 큰 결과를 가져왔는지 생각해 보면 참 섬찟합니다.”


나는 강 검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법적인 쟁점 보다는 한 사람의 부주의한 말과 행동이 얼마나 다른 이에게 치명상을 줄 수 있는지를 실감하고는 가슴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한비자>>에 보면 ‘역린(逆鱗 ; 거꾸로 박힌 비늘)’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무릇 용이란 짐승은 길들여서 탈 수 있다. 그런데 턱 밑에 직경 한 자 정도의 거꾸로 박힌 비늘(逆鱗)이 있다. 만일 사람에 부주의해서 그것을 거스르게 되면 용은 화가 나 반드시 그 사람을 죽이고 만다.’


사람마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학력(學歷), 가족관계, 건강, 신체, 자식문제, 금전문제 등등 그 내용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Core Complex라고도 한다. 그 부분이 건드려지면 그 사람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어찌 가벼이 말과 행동을 일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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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스토리 : 나도 딸만 둘입니다


“팀장님. 통보서에 대한 답변서 작성했습니다.”

“아.. 그래?”


G사 법무팀장인 황00 부장은 부하직원인 사내 변호사 김00 변호사로부터 그가 작성한 통고서 출력물을 건네 받았다. 

“보시고 수정할 것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제가 수정한 다음 내용증명으로 발송하겠습니다.”

“음. 알겠어. 일단 내가 좀 볼게.”


G사는 아이스크림과 케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프랜차이즈 본사로서, 약 300여개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그 중 서울 강북구 번동의 가맹점주인 권00 사장이 지난 주 G사에 내용증명으로 통보서를 보내왔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본인은 G사 프랜차이즈의 전망이 좋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프랜차이즈 계약을 했다. 하지만 막상 영업해보니 적자만 계속 늘어난다.


2) 본인은 이 점포에 들어올 때 전 임차인에게 권리금으로 5,000만 원을 줬다. 그리고 인테리어 비용만 3,000만 원이 들었다. 그리고 가맹금으로 2,000만 원을 냈다.


3) 이제 계약을 해제하고 싶으니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 합계 8,000만 원을 반환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소송하겠다.


G사가 이런 문제로 내용증명을 받아보기는 처음이었다. 왜냐하면 가맹점주의 주장이 법적으로는 전혀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영업 전망을 좋게 본 데에는 가맹점주의 판단이 중요하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의도적으로 사기적인 행위를 함으로써 가맹점주를 현혹하지 않은 한은 영업전망이 당초 예상과 다르다고 해서 가맹점주가 계약을 마음대로 해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전 임차인과 후 임차인간에 주고받는 ‘권리금’은 가맹점 본사와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입장이다. 나아가 ‘인테리어 비용’에 대해서는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은 프랜차이즈 계약에 명시되어 있었다.







결국 번동 가맹점주인 권 사장의 주장은 단순한 억지에 불과한 것이어서 이로 인해 가맹본사인 G사가 책임을 질 부분이 없었다.


그 동안 G사 점포 개발팀이 권 사장을 상대했는데, 권 사장을 설득하지 못했기에 권 사장은 G사 대표이사에게 통고서를 보내온 것이다.


G사 경영진은 이런 일이 재발하게 된다면 다른 가맹점주에게도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으므로 법무팀에게 법에 따라 최대한 강하게 대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황 부장은 김 변호사가 작성한 답변서 초안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요지는 이랬다. 


1) 귀하는 귀하의 판단으로 본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당사가 제공한 자료는 모두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2) 귀하의 기대와 달리 영업실적이 저조하다는 것은 본 프랜차이즈 계약의 적법한 해제사유가 될 수 없다.


3) 더욱이 권리금에 대해서는 본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 입장이며, 인테리어 비용에 대해서는 계약 내용을 보더라도 본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4) 오히려 본사로서는 귀하의 통고서 내용을 살펴볼 때 더 이상 정상적인 가맹점을 운영할 의사가 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5) 이에 본사는 귀하에게 3개월의 여유를 줄 터이니 그 기간 동안 사업을 정리하고 본사의 모든 간판, 집기, 재료 등을 반납하기를 요청한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일체의 손해를 배상청구할 것이다.


“흠...저.. 김 변호사, 나랑 번동 좀 다녀오자.”


“네? 그냥 우체국에 가서 내용증명으로 발송하면 되는데요?”

“바람도 쐴 겸 다녀오자.”


이제 G사에 갓 입사한 김 변호사로서는 황 부장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본사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을 가맹점주를 직접 만나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번동 가맹점 근처에 도착한 뒤 황 부장은 가맹점에 바로 들어가지 않고 주위를 살폈다. 멀찍이 보이는 점포 안에는 사장인 듯한 중년 남자가 멍하니 TV를 보고 있었고, 그 남자의 무릎에는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 보이는 여자 아이가 앉아서 다리를 달랑거리고 있었다. 물론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황 부장은 근처 슈퍼에서 홍삼쥬스 1박스를 산 뒤 그 점포로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아, 네. 누구시죠?”

“네, 저는 G사에서 나온 황00라고 합니다. 여기 이 친구는 같이 일하는 김00라고 하구요. 더운데 수고 많으십니다.”

황 부장이 자기소개를 하자 가맹점주인 권 사장은 표정이 확 바뀌었다.


“여긴 무슨 일로 왔소? 사람 신세를 이 꼴로 만들어 놓고, 무슨 염치로 왔냐 말이오?”


김 변호사는 기가 찼다. 아니 도대체 본사가 무얼 잘못했길래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황 부장은 미소를 지으며 “사장님, 날도 더운데 열 내지 마시고 좀 앉으시죠. 저기 아이스크림 2개만 주세요. 돈 내고 먹겠습니다.”라고 넉살 좋게 말하더니 테이블에 앉았다.


권 사장은 하는 수 없이 아이스크림 두 개를 테이블 위에 거칠게 놓았다. 황 부장은 권 사장의 딸인 듯한 아이에게 “예쁜 공주님. 올 해 몇 살이지?”라고 묻자, 그 아이는 아버지 눈치를 보면서 “8살이예요”라고 조용히 답했다.


“사장님, 그렇게 서 계시지만 마시고 여기 좀 앉으세요.”

황 부장은 부드럽게 권 사장의 팔을 이끌었다.


“사장님은 이거 하시기 전에 어떤 일을 하셨나요?”

“건설회사에서 회계를 봤소.”

“아하, 그럼 장사는 처음이시겠군요.”

“그렇소. 그래도 프랜차이즈를 하면 좀 낫겠다 싶어 여기저기서 빚을 내서 시작했는데...”


“사장님은 자제분이 어떻게 되세요? 전 딸만 둘인데.”

“나도 딸만 둘이오. 큰 애는 초등학교 6학년이고 얘가 둘째요.”


“허허, 우리 둘 다 딸딸이 아빠네요. 솔직히 키우는 재미는 딸이 훨씬 좋죠. 안 그렇습니까?”


김 변호사는 황부장의 객쩍은 대화를 옆에서 들으면서 시간낭비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사장님, 영업하시는 데 뭐가 제일 힘드십니까?”

“일단 너무 장사가 안돼요. 주위에 학교도 있고 해서 장사가 잘 될 줄 알았는데 완전 꽝이에요. 거기다가 저기 300미터 앞에는 대형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도 들어오고. 도저히 가망이 없어요.”


“사장님, 그렇게 빚을 내서 이 점포를 시작하셨는데, 이거 접고 다시 뭘 하시겠습니까? 다른 뭐 뾰족한 대안이라도 있으신가요?”

“딱히 뭐 그런 것 없소. 하지만 이대로 망할 수는 없잖소?”


“사장님, 제가 방법을 하나 알려 드릴께요. 제가 아는 분이 봉천동 지점에서 우리 프랜차이즈 시작할 때 사장님처럼 완전 의기소침했거든요. 그런데 말이죠...”


황 부장은 권 사장을 앉혀놓고 여러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 이 프랜차이즈는 주위 학교 학생들을 주 타겟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에 널리 알리는 방법이 필요하다.


- 본사에서는 생일을 맞은 학교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 행사를 하는데, 권 사장은 그 행사 프로그램을 한 번도 신청한 바가 없더라. 한 달에 합법적으로 몇 십만원 정도의 프로모션 이벤트를 할 수 있다. 학교에 들어가서 선생님과 한 번 상의해 보라.


- 학교에 들어갈 때 수위들이 문제될 수 있는데, 학교 수위들에게는 적극적으로 선물을 주면서 친하게 접근해라. 그렇게 안면을 터라. 나쁜 짓 하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뭘 주저하는가.


- 그 때 봉천동 지점에서는 마술사들을 초청해서 자주 이벤트를 했다. 내가 중간에서 다리를 놓으면 아주 저렴하게 그들을 초청할 수 있다. 아니면 내가 본사에 이야기해서 최대한 비용 지원을 받아주겠다.



권 사장은 처음에는 황 부장의 이야기를 심드렁하게 듣다가 마술사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는 수첩에 메모까지 하면서 열심히 들었다.


“사장님. 봉천동 지점도 처음에는 고전했습니다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매출이 정상화 됐습니다. 사장님도 할 수 있습니다.”


황 부장은 한 시간이 넘게 자기 살아온 이야기까지 들려주면서 권 사장을 설득했다. 


“알겠습니다. 사실 나도 다른 대안이 있는 건 아니라서... 거의 자포자기상태였는데 한 번 해 보겠소. 부장님이 많이 도와주시오.”


권 사장도 의지를 다졌다.


본사로 돌아온 황 부장은 점포개발팀과 마케팅팀을 오가면서 번동점의 활성화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특히 번동 주변 학교를 중심으로 한 프로모션 행사 관련해서는 본사 차원에서 학교 측에 공문을 보내 생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교 행사에 협찬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학생회 측과 협의를 진행했다. 학생회 측에서는 협찬에 대해 대환영이었다.


그리고 주말에는 마술사 팀을 초청해서 점포에서 작은 공연을 진행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아이들에게 이끌려온 엄마들로 인해 점포에 발을 디딜 틈이 없었다.


그로부터 6개월 후, 번동 점의 매출은 정상화됐고, 더 놀라운 것은 300미터 떨어진 대형 케익 프랜차이즈점이 문을 닫고 업종을 변경한 것이다.


“진짜 한 방 먹은 기분이었습니다. 황 팀장님은 법대를 나오신 것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제가 처음 법무팀에 배정받아 갔을 때 ‘팀장에게서는 별로 배울 게 없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이 짧았죠. 저는 대법원 판례, 계약 조항상의 권리를 들먹이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는데, 팀장님은 그 사장님을 곤란에 빠진 한 사람으로 보고 마음을 다해 대하셨던 거죠. 정말 훌륭하지 않습니까?”


이제 갓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후배 김 변호사가 들려준 이야기이다. 한 번도 뵌 적 없지만 황 팀장님의 구수한 인상과 음성이 들리는 듯 했다.


분쟁을 분쟁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아픔을 관찰하고 어루만질 수 있을 때, 우리는 한 차원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실제 사례다. 권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어준 단 한 사람이 바로 황 팀장이었던 것. 그야말로 ‘경청’은 인간을 위대하게 해 주는 힘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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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손귀자 2013.09.19 22:55 신고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가슴 따뜻한 감동 .." 나도 딸이 .." 예 공감대를 끌어내면 빨리 라포가 ...정말 또하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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