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특별사면권, 법치주의에 위배되는 것인가?>

 

미드 ‘24’에서의 Cool 한 테러리스트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미드) “24”에 자주 나오던 장면.

 

특별수사관인 잭 바우어가 테러리스트 중 한 명을 생포한 뒤 그에게 중요한 정보를 진술하라고 다그친다.

예전 영화에서라면 이런 상황에서 테러리스트는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내 비밀을 지킨다.

 

그러나 미드 “24”에서 테러리스트는 쿨하게 웃으며 정보를 댈 테니 나를 사면시켜 달라면서 아예 대통령의 자필서명이 담긴 사면장(赦免狀)을 팩스로 받아 달라고 한다. 그러면 잭 바우어는 하는 수 없이 대통령에게 사정을 이야기한 뒤 사면장을 받아 테러리스트에 건네고 정보를 얻어낸다.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우리 헌법상 대통령에게 사면권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사면제도의 의미 및 그 비판

 

사면이 무엇일까?

 

일정한 죄를 지은 사람에 대해서 형벌을 받지 않도록 하거나(일반사면), 죄를 지은 특정인의 형 집행을 면제, 또는 형사판결의 선고 효력 자체를 소멸시켜 버리는 대통령의 처분을 말한다(사면법 제5).

 

그런데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면인 특별사면의 경우, 일부 정치사범이나 재벌총수들에게 면죄부처럼 주어지는 경우가 있어서 여론의 비판대상이 되곤 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이러한 사면권이야 말로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는 식으로 비판적인 논조를 견지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사면권이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면 왜 헌법에 이러한 사면권 조항이 있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사면법이란 것이 존재하고 있을까?

 

사면권에 대해서는 워낙 비판적인 여론이 많기 때문에, 이번 원고에서는 사면권이 갖는 다른 측면을 거론해 보고자 한다. 이것이 이번 원고의 집필 목적이다.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 3권 분립 위배인가?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이 서로 대등하게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야 만이 국민의 기본권이 제대로 보장될 수 있다. 이러한 3권 분립제도는 역사적인 경험을 통해 그 효용성이 입증된 시스템이다.

 


3권분립론의 '몽테스키외'

그런데 사면권은 사법부가 유죄라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 행정부가 그래도 용서해 주자라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명백한 3권 분립 침해 아닌가?

 

3권 분립의 뜻이, 3권이 완벽하게 독립되어 서로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때로는 한쪽 권력이 다른 쪽 권력에 대해 칼을 들이대기도 한다.

 

행정부가 국회를 공격하기도 하고(대통령의 국회해산권), 사법부가 행정부의 권한을 중지시키기도 하며(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권), 사법부가 국회의 중요한 부분을 심판하기도 한다(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심판권).

 

즉 진정한 3권 분립이란, 3개의 권한이 서로 전혀 독립적으로 존재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권한에 대해서 일정한 견제도 가하면서 그 힘의 균형을 잡아 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사법부의 판단을 행정부가 뒤집는 것처럼 보이는 사면권은 그 자체로서 3권 분립원칙의 위배라고 볼 수는 없다.

 

 

법관과 대통령, 누가 더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존재인가?

 

대통령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사면권에 대해 국민들이 갖고 있는 불편한 심정의 근저에는 대통령의 권한행사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법관의 판단이 대통령의 판단보다 항상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좀 더 나아가 국민에 대한 책임의 관점에서 법관과 대통령 중 누가 더 국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할까?

 

프랑스 절대 왕정의 관료귀족을 법복귀족(法服貴族)이라 불렀다.

 

16세기 무렵 관직 매매 제도를 통해 주로 사법(司法) 관계의 관직을 사서 귀족의 신분으로 오르게 된 신흥 귀족을 의미하는 이 법복귀족은, 부를 소유하고 관직을 장악했으며 보수화되었기에 프랑스 혁명세력들은 이들이야 말로 타도해야 할 구세력으로 규정했었다. 우리가 자유를 위한 투쟁의 대명사로 생각하는 프랑스 대혁명이 타겟으로 한 대상에는 사법부의 귀족들이 포함되어 있었음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우리와 같은 직선제 국가에서는 국민이 대통령을 선출한다. , 국민은 직접적으로 대통령의 선출에 관여한다.

 

반면 법관의 선출에 국민이 관여할 수 있는가? 법관은 사법시험을 합격한 수재들이 일정한 절차에 따라 자기네들의 경쟁에 의해 선출되는 것일 뿐 국민들이 그 과정에 관여할 여지는 전혀 없다. 적어도 선출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대통령의 선출과정이 훨씬 민주적이다.

 

또한 대통령은 국정 운영을 해 나가면서도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국회의 지속적인 감시와 견제를 받는다(대부분 야당에 의해서이겠지만). 만약 문제가 있을 경우 국회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권을 발의할 수 있다.

 

그에 비해 법관들은 국민이나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로부터 직접적인 견제를 받는 경우란 거의 없다. 결국 업무집행 과정에서도 국민 또는 국민의 대표들로부터 감시와 견제를 더 많이 받는 것은 대통령이다.

 

이상의 관점에서 본다면 과연 법관이 항상 대통령보다 민주적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어려움이 존재하지 않는가?

 

 

사법부의 보수화는 누가 견제할 수 있을까?

 

미국 대공황 당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뉴딜정책을 실시한다. 시장경제에만 맡겨 두기에는 경제상황이 너무 악화되자 결국 국가가 개입을 하는 수정자본주의에 근거한 경제정책을 실시하게 되었다.

 

그러자 미 연방대법원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이 반영된 중요한 법률들에 대해 연방헌법에 규정된 자유주의 혹은 적법절차 조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과감히 위헌 선언을 했다.

 

대법관들은 뉴딜정책이 자칫하면 자유주의의 근간을 뒤흔들 우려가 있다고 본 것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자유방임주의를 신봉하는 보수화된 대법관들의 결정이 국민들의 어려운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안이한 판단이라고 분노하면서 연방 대법관 수를 최대 15명까지 늘릴 수 있도록 아예 제도 자체를 바꾸려고 시도하기까지 했다.

 




사법부는 기본 속성자체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때로는 그 보수적인 성향이 거시적인 국가발전에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법관의 판단이 대통령의 판단보다 훨씬 더 민주적이고 국민의 이익에 부합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렇게 단정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국민들의 사면권에 대한 불편한 시선

 

이상에서 본 것처럼 사면제도 그 자체는 실질적인 3권 분립을 위해 행정부에게 사법부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으며,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대통령이 보수화되거나 미시적인 법률판단에 근거한 결정을 보완하는 의미로서의 미덕을 분명 갖추고 있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재벌 총수들에 대한 사면이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A회장은 과거 15천억 원대의 분식회계로 징역형을 받았지만, 석달도 안 돼 사면을 받았다.

 

B회장은 지난 2009년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3, 집행유예 5년을 받았지만 동계올림픽 유치 기여를 명분으로 139일 만에 특별사면 조치됐다. C회장 역시 비자금 조성과 횡령 혐의로 3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지만, 두 달 반 만에 사면됐습니다.

 

1990년 이후 징역형을 선고받은 10대 재벌 총수 가운데 실형을 산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으며, 집행 유예된 처벌마저도 예외 없이 사면 받았다. 형이 확정된 후 사면 결정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9개월에 불과하다.

 

남은 문제

 

재벌총수들에 대한 사면 결정과정이 간단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는 그러한 사면결정이 가져올 정치적 부담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수많은 이들의 고용을 책임지고, 대기업 편중 경제구조 하에서의 재벌총수들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고려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법률에 따라 특정 범죄 행위를 처벌하는 법관의 판단 못지않게, 위법행위를 했음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범죄인에 대한 사면권 행사를 치열하게 고민한 대통령과 국정운영자들의 고려가 분명 있었으리라 믿는다.

 





다만 국정 운영자들의 고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의 사면권(특히 특별사면권)이 너무도 남발되어 왔고, 그 정당성에 대한 신뢰를 갖지 못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바라건데 

국민의 대통령에 의한 사면권은

무책임한 면죄부 발급으로서 행사되는 것이 아니라,

법 그 너머에 존재하는, 아니 실정법으로는 충족시킬 수 없는 정의와 형평까지 고려한 사면권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관련조문>

 

헌법 제79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

 

사면법 제9(특별사면 등의 실시)

특별사면, 특정한 자에 대한 감형 및 복권은 대통령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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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대표님과 함께 '정의란 무엇일까?'(가칭)라는 컨셉으로 다양한 쟁점을 정리해 보고 있습니다. 이 작업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헌법책들을 뒤적이게 됩니다.

고시공부할 때 헌법책의 용도는 주로 책상위에 놓고 베고 자는 용도. 워낙 두꺼우니.

사법시험 합격 후애는 민사, 형사 실무지식이 중요하므로 더더욱 찬밥신세가 되는 헌법.

그런데 요즘처럼 혼란한 정치상황과 다양한 견해의 대립을 목격하면서 다시 펼쳐보는 헌법 교과서 안에는 꽤나 많은 지침과 탐구의 단초들이 숨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분쟁을 해결하는 노하우와 테크닉에만 너무 집중하면서 살았던 것 아닌가. 마이클 샌델이 던지는 묵직한 의문의 상당 수는 헌법적인 문제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실로 오랜만에 전설적인 김철수, 권영성, 허영 교수님의 책,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성낙인 교수님의 책을 펼쳐보고, 헌재의 결정들을 보고 있으니 머리가 좀 트이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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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대립되는 입장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위해서는 '철학의 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첨예한 이해의 대립이 있는 이슈에 대해서, 양측의 입장을 살펴보고, 과연 어떻게 이를 받아들여야 할지, 나아가 나랑 다르다(different)고 해서 틀린 것(wrong)은 아니라는 점을 컬럼을 통해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현재 모 출판사와 이에 대한 협의를 나누었고, 지속적으로 컬럼을 게재한 후 책으로 엮을 계획입니다.
아래 이슈들을 보시고, 한번쯤 다루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이슈가 있으면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현재 생각중인 이슈들 - 


(1) 간통죄를 국가가 처벌하는 것이 옳은가? 개인의 영역으로 남겨두어야 하지 않는가?

(2) 안락사를 처벌하는 것이 옳은가?(자신이 자기의 생명을 끝낼 수도 있지 않는가?)

(3) 공소시효라는 것이 과연 옳은가?(나쁜 일을 저지르고도 일정기간 지나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 옳은가?

(4) 사형제가 과연 정당한가?

(5) 의료법에 따라 의사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치료하는 것은 무조건 처벌해야 되는가? 오히려 그 사람들이 더 치료를 잘 할 수도 있는데?
 

(6) 특별사면제도가 과연 정당한가? 8.15 특사 등을 통해서 정치범이나 경제사범을 사면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7) 여호와의 증인 - 대체복무제의 문제(병역거부)

(8) 학교 체벌 정당한가?

(9) 보라매 병원 사건, 환자의 퇴원을 방치했다고 의사가 살인죄 책임을 지는 것이 정당한가?

(10) 기여입학제가 과연 정당한가?(소수자 우대의 문제)


(11) 병역필자 가산제 부과가 정당한가?(국민의 의무와 권리의 문제)

(12) 국가 유공자 자녀에게 취업에 가산점, 병역에 혜택을 주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 가정이 어려운 자들에게 특별 전형으로 대학에 취업하게 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13) 친일 재산 환수 - 과연 정당한가?

(14) 파산 - 개인회생제도가 과연 정당한가?

(15) 부모의 채무가 자식에게 상속되는 것이 정당한가?


(16) 프랑스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유물을 반환받는 것이 정당한가?

(17) 은행들을 살리기 위해서 세금으로 구제금융을 해 주는 것이 정당한가?

(18) 부자세(소위 버핏세)를 인정해서, 부자들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받는 것이 정당한가?

(19) 부모의 채무가 자식에게 상속되는 것이 정당할까?

(20) 공범 중 먼저 죄를 시인하면 이에 대해서 감형을 해주는 제도(풀리바긴)가 과연 정당한가? (공정거래법상, 담합행위를 먼저 자백하면 처벌하지 않는 리니언시 제도가 과연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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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효지 2012.02.08 09:57 신고

    와ㅎㅎ정말 유익할 것 같아요ㅎㅎ

기획연재 : 정의란 무엇일까

제1주제 : 親日재산 국가환수, 과연 정의에 부합하나?

제5회차


정의란 무엇일까 연재 취지 : 
http://jowoosung.tistory.com/317

정의란 무엇일까 1회 : http://jowoosung.tistory.com/318

정의란 무엇일까 2회 : http://jowoosung.tistory.com/320

정의란 무엇일까 3회 : http://jowoosung.tistory.com/321

정의란 무엇일까 4회 : http://jowoosung.tistory.com/344

# 11. 자식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부모가 책임을 지는 경우 자기책임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 아닌가?


조우성 : 우리 민법이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미성년자 특히 책임능력이 없는 미성년자(판례상 일반적으로 15세 이하)가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그 부모에게 책임을 지우고 있는데,

그 부모가 책임을 지는 경우는, ‘부모가 감독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경우’라야 합니다(민법 제755조 1항).



윤호상 : 아, 부모가 무조건 책임을 지는 게 아니고, ‘감독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에만 책임을 지는 거군요.


정연광 : 그럼 연좌제나 자기책임 원칙을 위배하는 것은 아니네요? 즉 ‘
부모가 자식의 행위에 대해서 무조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감독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있을 때에만’ 책임을 진다는 거죠? 그럼 과실책임을 지는 거군요.



조우성 : 네, 정확히 보셨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
난 내 자식에 대한 관리감독을 충실히 했는데, 학교에서 지들끼리 그런 것을 내가 어떻게 관리한단 말입니까?’라는 식으로 항변을 해서 그것이 법원에 의해 인정될 경우 책임은 면할 수 있는 거지요.



# 12. 하지만 부모의 관리감독 책임을 상당히 넓게 보고 있다



윤호상 : 그럼 솔직히 자식의 잘못을 이유로 그 부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도 ‘난 관
리감독 잘 했다’는 식으로 발뺌을 하는 경우가 많겠는데요?


조우성 : 그런데,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대법원은 상당히 넓은 범위에서 가해학생의 부모에게 책임을 지우고 있습니다. 즉, 우리 판례가 잘 쓰는 표현을 소개합니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보호감독책임은 자녀의
생활 전반에 미치는 것이고, 설사 학교에서 별도의 감독자인 교사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부모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4.26. 선고 2005다24318 판결 외 다수)






결국 대법원은 ‘일단 가해학생의 부모에게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을 경우에만 책임을 진다’고 하는 ‘과실책임의 원칙’은 그대로 지키면서도,
‘그 과실의 범위’를 넓힘으로써 사실상 피해자들을 넓게 보호하고 있답니다.


정연광 : 그럼 말이 좋아 ‘과실책임’이지, 거의 ‘
무과실책임’ 수준 아닌가요?

윤호상 : 무과실책임? 그런 말도 있나?


조우성 : 네, 있답니다. 바로 제가 다음에 짚고 넘어가려는 부분이 바로 ‘무과실 책임’입니다.




# 13. 무과실책임이란?


일단 무과실책임의 일반적인 의미를 설명드리겠습니다.


(1) 원래 근대법의 대원칙은 자신에게 잘못(고의,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책임을 지는 과실책임주의였다.


(2)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서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함에 따라 거기서 생기는 여러 가지 폐해의 시정책으로 사회정의나 공평을 기하기 위하여 과실책임주의를 수정하는 무과실책임주의가 대두하게 되었다.


(3) 그 원인은 근대산업의 발전으로 많은 위험이나 공해(公害)를 수반하는 기업이 막대한 이윤을 취하는 반면, 그로 인하여 손해를 입는 자가 있어도 과실책임주의로는 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사회적 불공평이 생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보완설명

즉, 강 하류의 암환자가 강 상류의 화학공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과실책임주의 원칙을 그대로 관철시킨다면,

암환자는 ‘너네 화학공장의 약품 때문에 내가 암에 걸렸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그것을 입증해야 화학공장 측의 과실이 드러나는 것일 테니까요. 하지만 그것은 정말 힘든 일이지요, 특히 암환자 측이 경제력이 부족하다면 말이지요)










(4) 그리하여 이러한 사회적 불공평의 시정책으로 무과실책임주의를 주장하게 되었는데,

그 이론적 근거로는 사회적 위험이나 공해를 발생하게 한 자는 그로 인하여 생기는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는 위험책임주의(危險責任主義)가 있고,

또한 이익을 얻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그 이익 중에서 배상을 시키는 것이 공평의 원리에 맞는다는 보상책임주의(補償責任主義)가 있다.


(5) 이러한 무과실책임주의는 광업법 등 특별법으로 규정되기 시작하고, 판례에서 이를 채택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6) 그러나 현행 과실책임주의가 전적으로 폐기된 것은 아니며,
일반적으로 과실책임주의를 취하면서 과실책임으로는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없는 특수분야에서 예외적으로 공평을 위하여 무과실책임을 묻고 있다.



정연광 : 설명을 듣고 보니, 과실 없이도 국가나 대기업이 일정 부분 책임을 지는 것이 필요할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과실 없이 책임을 진다는 것은, 함부로 확대하면 안될 것 같은데요.

윤호상 : 무과실인데도 책임을 진다... 전 아직도 잘 납득이 안됩니다. 무과실 책임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가르쳐 주시길 바랍니다.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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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효지 2012.02.08 09:58 신고

    무과실책임ㅎㅎ정말 궁금한데요?ㅎㅎ

기획연재 : 정의란 무엇일까

제1주제 : 親日재산 국가환수, 과연 정의에 부합하나?

제4회차


정의란 무엇일까 연재 취지 : 
http://jowoosung.tistory.com/317

정의란 무엇일까 1회 : http://jowoosung.tistory.com/318

정의란 무엇일까 2회 : http://jowoosung.tistory.com/320

정의란 무엇일까 3회 : http://jowoosung.tistory.com/321
 

# 9. 자기책임, 과실책임의 원칙

조우성 : 우린 지금 친일재산환수라는 문제를 생각해 보려다, 그 전에 먼저 ‘연좌제’에 대해서 검토해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배운 것은 ① 연좌제는 우리 헌법상 금지된 것이다. ② 연좌제인 것처럼 보이는 공직선거법상의 규정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의해 ‘합헌’으로 인정되었다라는 점입니다.


정연광 : 하지만 공직선거법 조항의 위헌 문제는,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4 : 4로 팽팽하게 합헌과 위헌의 의견이 엇갈린 점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거지요.


윤호상 : 그런데, 자기책임이란게 뭔가요?


조우성 :
자기의 고의나 과실에 의해 이루어진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는 원칙입니다. 이를 과실책임의 원칙이라고도 합니다.


윤호상 : 그건 당연한 일 아닙니까?


조우성 : 그게 그렇지가 않죠.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연좌제가 헌법에서 금지된 것이 1980년이거든요. 과거에는 내 잘못이 아닌 내 가족, 내 이웃의 잘못으로도 책임을 지는 일이 많았답니다.


정연광 : 결국 내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는 원칙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조우성 : 보통 이러한 자기책임의 원칙(과실책임의 원칙)을 ‘근대법의 중요한 기본원칙’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내가 잘못(고의, 과실)만 저지르지 않으면 책임을 지지않는다는 것이므로 그 범위 내에서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10. 이런 경우도 자기책임인가?


조우성 : 그런데 제가 문제를 한번 던져보죠.
최근 왕따문제로 학생이 자살을 하자, 피해 학생의 부모가 가해 학생의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다는 기사를 보셨지요?
 


 

윤호상 : 네, 봤습니다. 부모된 입장에서 참 뭐라 말할 수 없습니다.


정연광 : 잠깐, 가만 생각해보니 좀 이상하긴 하네요.

결국 왕따 가해학생은 A인데, 그 학생의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그건 A의 부모 입장에서는 타인(자식)의 책임을 대신 지는 거 아닌가요? 자기책임 원칙에 반하는 거 아닙니까?


윤호상 : 기사를 보니 왕따를 당한 학생 측에서 소송을 제기해서 가해학생 부모가 손해배상을 진 사례도 있네요,

http://mbn.mk.co.kr/pages/news/newsView.php?category=mbn00009&news_seq_no=1140374

이건 변호사님이 말씀하신 자기책임 원칙에 반하는 거 같긴 한데요? 자식이긴 하지만 어차피 법적으로는 ‘타인’이잖아요?


조우성 : 네, 아주 좋은 지적이십니다. ‘과실책임의 원칙’, ‘자기책임의 원칙’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상당히 생각해 볼 거리가 많답니다.

윤호상 : 으... 법이란 건 너무 힘든 것 같아요.

조우성 : 자, 그럼 왕따 가해자 학생의 부모님이 책임을 지는 논리가 무엇인지, 과연 그것은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하는 것인지, 또 하나의 연좌제가 아닌지 한번 살펴보죠.
 

(제5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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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 정의란 무엇일까

제1주제 : 親日재산 국가환수, 과연 정의에 부합하나?

제3회차

정의란 무엇일까 연재 취지 : http://jowoosung.tistory.com/317

정의란 무엇일까 1회 : http://jowoosung.tistory.com/318

정의란 무엇일까 2회 : http://jowoosung.tistory.com/320
 

# 8. OK 목장의 결투(공직선거법 제256조에 대한 헌법소원사건)





가. 문제제기


배우자가 선거법을 위반한 경우, 그로 인해 본인(후보자)의 당선을 무효로 한다는 공직선거법 제256조는 연좌제금지를 규정한 헌법 제13조 3항에 위반되는 것 아닐까요?

윤호상 : 배우자(부인)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 남편이 책임을 지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것 같습니다. 배우자가 완전 남도 아니잖아요?


정연광 :
하지만 그렇다고 배우자가 어디 본인입니까? 이혼하면 남보다 더 못한 사이가 되는데.



나. 공직선거법 256조는 위헌이다! 즉 연좌제에 해당된다!


조우성 : 그럼 정연광 대표님의 논리를 한번 발전시켜볼까요? 배우자의 책임을 본인이 지는 구조는 연좌제에 해당된다는 논리 말이지요.



(1) 본인의 불법성 인식여부와 상관없이 당선무효시키는 것의 문제점


우리 공직선거법의 경우,


‘본인이 배우자의 불법행위를 알았는지 몰랐는지와는 상관없이' 후보자 본인에게 당선무효를 ’때려버린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즉, 무조건 배우자가 일정한 선거범죄행위로 벌금 300만 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확정되기만 하면

후보자 자신이 배우자의 범죄를 알면서 묵인하였는지

아니면 그 범죄를 알지 못했고 알 수도 없었는지

후보자가 배우자의 행위를 관리ㆍ감독할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는지 등

과 같은 후보자로서의 고의ㆍ과실과 같은 책임의 존재 여부와는 상관없이 바로 직빵으로 후보자의 당선을 무효로 해서 국회의원직이 박탈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극단적인 예로 배우자(부인)의 과잉충성으로 인해 선거법을 위반한 경우에도 남편은 당선무효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윤호상 : 에이, 그걸 어떻게 그렇게만 볼 수 있나요? 남편과 부인은 어차피 일심동체로 봐야 하지 않나요? 두 사람은 이해관계(당선되어야겠어! 불끈)가 같잖아요.



(2) 남편과 부인은 독립된 인격체임



조우성 : 흠. 남편과 부인이 일심동체라... 그런 말씀했다가 구시대적 인물로 찍히지 않겠어요? ^^




남편과 부인이 한 마음이고, 따라서 부인의 행동에 대해서 남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은
가부장적 · 수직적인 구시대적 가족개념에 바탕을 두었다는 비판이 가능합니다.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관계를 지향하는 우리 헌법정신에는 맞지 않는 말이지요. 부부가 각각 평등하고 독립된 별개의 인격주체로서 독자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견해 및 행위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텐데 말입니다.



더구나 우리 헌법에는 남편과 부인은 별개의 인격체임을 전제로 하는 규정이 있답니다.


즉 헌법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제36조 제1항)고 선언하고 있고, 재산법이나 가족법 분야에서도 모두 이러한 헌법 원칙을 구체화해 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공직선거법에 와서는 남편과 부인을 일심동체라고 본다? 좀 이상하지 않나요?



물론 배우자가 후보자의 선거에 관여하는 경우 후보자와 일상을 공유하면서 상호 협의하고 후보자의 분신(分身)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통상적이긴 하지만, 언제나 그런 관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으로

배우자의 선거관련 범죄행위에 대하여 후보자에게 법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지 않을까요?


(3) 따라서 배우자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바로 나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문제
있다


이처럼 배우자의 선거관련 범죄행위는 배우자의 행위일 뿐 그 행위 자체를 후보자의 행위로 볼 수는 없음에도


배우자의 행위가 후보자의 선거승리를 위하여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배우자의 행위를 후보자의 행위와 전적으로 동일시하여 배우자의 위반행위에 대한 후보자의 잘못이 전혀 없는 경우까지 후보자에게 법정 ‘무과실책임’을 묻는 것

은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리 및 연좌제금지원칙과 결코 조화될 수 없지 않을까요?



정연광 : 그래요. 저도 그 말씀에 동감합니다. 제 와이프 제 말 잘 안들어요.(웃음)



윤호상 :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배우자의 행위에 대해서 본인이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하는 건 좀 이상합니다.




다.
공직선거법 256조는 위헌이 아니다! 즉 연좌제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조우성 : 자, 그럼 이제 윤호상 소장님의 논리를 한번 발전시켜보죠. 배우자의 행위에 대해 본인도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윤호상 :
잉? 이번엔 또 완전히 반대논리를 펴시겠다는 말씀인가요?


조우성 : 흐흐... 법률가는 그럴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엔 제가 윤소장님 편이 되어 드리죠. 그럼 논리를 전개해 보겠습니다.



(1) 헌법 제13조 3항의 근본취지


헌법 제13조 제3항은 친족의 행위와 본인 간에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아무런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친족이라는 사유 그 자체만으로 불이익한 처우를 가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헌재2005. 12. 22. 2005헌마19 등)



(2) 선거제도의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이 중요


선거에서는 후보자를 중심으로 선거사무장, 후보자의 배우자 등이 일체가 되어 후보자의 당선이라는 공동목표를 위하여 조직적ㆍ체계적으로 선거운동을 하게 되므로,


그 과정에서 이들이 중대한 선거범죄를 범한 경우에는 그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 전체가 부정한 방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아 당선이라는 선거결과를 부정하는 것에 바로 공직선거법의 입법취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선거제도는 중요하니까요.


후보자의 가족 등이 선거의 이면에서 음성적으로 또한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하여 불법ㆍ부정을 자행하는 경우가 우리 선거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불법ㆍ부정을 근절하고 공명하고 깨끗한 선거풍토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후보자의 선거에 관여하는 가족 등과의 연대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절실합니다.


(3) 사실상 후보자와 가족, 선거운동원들은 서로 의사연락을 하고 있지 않은가?


특히 배우자는 후보자와 일상을 공유하는 자로서 선거에서는 후보자의 최측근에서 수시로 후보자와 협의할 수 있고,

후보자와 유기적으로 역할을 분담하여 당선에 유리한 여러 활동을 할 수 있으며,


선거사무장, 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 등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시를 할 수 있는 등 후보자의 분신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공직선거법 제256조는 후보자의 배우자가 저지른 일정한 중대선거범죄는 선거에 있어서

전적으로 후보자의 당선을 위하여,

또한 후보자와의 의사연락 하에 이루어진 행위로서

총체적으로는 후보자 자신의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보아,

후보자를 공범으로 인정하여 형사처벌은 하지 않더라도

그러한 불법행위에 따른 이익을 박탈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고려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이러한 입법자의 사실적ㆍ정책적 판단은 나름의 합리적 근거가 있어 보입니다.


(4) 따라서 연좌제라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공직선거법 제256조는 ‘친족인 배우자의 행위와 본인 간에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아무런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배우자라는 사유 그 자체만으로’ 불이익한 처우를 가하는 것이거나 배우자가 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만으로 후보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와 불가분의 선거운명공동체를 형성하여 활동하게 마련인

배우자의 실질적 지위와 역할을 근거로

후보자에게 연대책임을 부여한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3조 제3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연좌제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자기책임의 원리에도 위배되지 아니한다(헌재2005.12. 22. 2005헌마19 등)는 논리가 됩니다.





라. 헌법재판소에서도 찬반양론이 팽팽했다.


정연광 : 거참, 또 그 말씀을 들으니 연좌제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진짜 어렵습니다.


조우성 :
사실 이 문제는 우리 헌법재판소에서도 팽팽하게 의견이 나뉘었습니다. 연좌제라고 본 견해와 연좌제가 아니라고 본 견해가 4 : 4였습니다.


바로 작년 9월 29일 헌법재판소 결정이 그것입니다(헌법재판소 2011. 9. 29. 자 2010헌마68 결정【공직선거법 제265조 위헌확인】)



윤호상 : 네? 4 : 4요?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조우성 : 우리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위헌결정이 내려지려면 헌법재판소 6인 이상의 ‘위헌선언’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4명만 위헌선언을 한 것이어서, 그대로 합헌, 즉 기존 공직선거법은 유효하다로 결정이 난 것입니다.


정연광 : 우와. 헌법재판소에서도 4 : 4로 팽팽하게 의견이 엇갈린 것을 보니 우리가 헷갈려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군요.


윤호상 : 그런데 친일재산환수 문제를 논의하다가 어떻게 공직선거법 쪽으로 흘러왔지요?


조우성 :
워밍업입니다. 친일재산환수에 대해 깊이 논의를 하려면 심도 있는 ‘연좌제’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워밍업 한 것입니다. 아직도 갈길이 멉니다.


정연광 : 네? 그게 무슨 말씀?


조우성 : 다음으로 넘어야 할 고개는 ‘자기책임의 원칙’입니다. 과연 내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는 ‘자기책임의 원칙’. 이건 문제가 없을까 라는 것이 그 다음 테마입니다. 이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제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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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효지 2012.01.07 09:06 신고

    아ㅎㅎ그러니까 공직선거법256조를 보면 친일재산환수에 있어서 연좌제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실마리를 준셈이네요ㅎㅎ

기획연재 : 정의란 무엇일까


제1주제 : 
親日재산 국가환수, 과연 정의에 부합하나?


제2회차

정의란 무엇일까 연재 취지 : http://jowoosung.tistory.com/317

정의란 무엇일까 1회 : http://jowoosung.tistory.com/318



# 5. 헌법에 규정된 연좌제 금지
 

1980년 헌법개정시에 연좌제 금지 규정이 신설되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3조 3항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보시다시피 연좌제를 금지하는 것은 일반 법률 수준이 아닌 우리 ‘
헌법상의 대원칙’으로 규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체의 불이익한 처분을 받지 않는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상당히 넓은 범위에서 ‘연좌제는 허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 6
 

윤호상 : 잠깐, 그럼 우리 헌법대로 한다면 ‘친족의 행위’로 인해서 ‘내’가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거죠?


조우성 : 네, 이를  
‘자기책임의 원칙’이라고도 합니다. 자기의 잘못(고의, 과실)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는거죠.



정연광 : 그 논리대로 한다면, 친일파 재산 환수 문제도 세심히 따지고 보면,
‘우리 할아버지의 잘못’으로 인해 ‘내가 피해를 보는 경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윤호상 : 그건 좀 다르지 않을까요? 우리 할아버지 당신의 잘못으로 인해 취득한 땅을 빼앗아 가는 거니까, 그건 ‘내 것을 빼앗아 가는 것’과 좀 다르지 않나?



정연광 :
그럼 2010년에 그 후손이 보유하고 있는 땅이 ‘후손의 땅’이 아니라 이미 50-60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땅’이라는 건가요? 그건 좀 이상한데?



조우성 : 하하, 쉽지 않은 문제이죠? 친일재산 환수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논의를 나누기 전에 간단히 선거법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나눠보죠.


두 분 아시겠지만, 제가 올 총선까지 언론중재원 내의 특별위원회인 ‘선거기사심의위원회’에서 심의위원으로 활동하는 거 아시죠?





정연광 : 네, 제가 알기로 선거법도 꽤 골치아픈 문제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조우성 : 공직선거법에 보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조항이 있습니다.

즉, 후보자의 배우자나 선거운동원이 불법을 저지르면 후보자 역시 당선이 무효가 될 수 있는 조항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는 따지고보면, 나의 직접적인 행동이 아닌, 내 배우자나 선거운동원의 행동에 따라 내가 책임을 지는 조항이거든요.



# 7. 공직선거법 제265조의 존재


우리 공직선거법 제265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265조 (선거사무장등의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무효)

a) 선거사무장· 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 또는 후보자(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포함한다)의 직계존비속 및 배우자가

b) 해당 선거에 있어서 제230조 부터 제234조까지, 제257조제1항 중 기부행위를 한 죄 또는 「정치자금법」 제45조제1항의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를 범함으로 인하여

c) 징역형 또는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d) 선거구 후보자의 당선은 무효로 한다.


간단히 말해서, 후보자의 선거관련 직원이나 배우자가 공직선거법상의 부정행위를 저질러서 징역형이나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게 되면,
후보자의 당선이 무효가 되는 것입니다. 실제 이런 사례들이 많답니다.


이는 예전 신문기사 중 한 부분입니다.


“대법원 형사3부는 11일 선거구민에게 기부행위를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자민련 趙00의원(충남 예산)의 선거사무장 朴00 피고인(53)과 회계책임자 조00 피고인(46)에 대한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趙의원은 선거사무장 또는 회계책임자가 기부행위를 한 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 해당 의원이 당선 무효가 되는 선거법 제265조 규정에 따라 의원직을 잃게 됐다.“

 




자, 결과적으로 보면, 내가 아닌
‘나와 일정한 관련 있는 자’의 잘못으로 인해 내가 책임을 지는 모습이 됩니다. 이는 헌법에서 규정한 연좌제와 충돌하는 것은 아닐까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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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 정의란 무엇일까

제1주제 : 親日재산 국가환수, 과연 정의에 부합하나?

제1회차

정의란 무엇일까 연재 취지 : http://jowoosung.tistory.com/317

▷ 등장인물

윤호상 소장(인사 PR 연구소)

 

정연광 대표(주식회사 스킨미소)

 

조우성 변호사


# 1. 도입

우리는 심심찮게 친일파 후손들 재산이 국가로 귀속되는 문제와 관련해서 재판이 진행되고, 그 결과 친일파 재산이 국가로 환수되었다, 어떤 경우에는 친일파 후손들이 이겼다는 식의 신문기사를 보게 됩니다. 친일파 후손 재산의 귀속 문제, 여기에는 어떤 다양한 고민들이 숨겨져 있을까요?


# 2. 연좌제 아닐까?

윤호상 : 친일파들 재산 환수하는 거, 그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나쁜 짓을 해서 번 재산이면 당연히 환수되는 게 맞죠. 이건 사회정의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거라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일제 잔재가 청산이 안돼서, 계속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되거든요. 불끈!


정연광 : 물론 친일파들이 나쁘긴 하죠. 근데, 가만 생각해보면 친일파 재산을 국가가 뺏어간다? 그거 좀 문제가 복잡하지 않을까요?


윤호상 : 문제가 복잡하긴 뭐가 복잡합니까?
친일파면 친일파. 그리고 그 친일파가 갖고 있는 재산은 싸그리 국가가 환수해서 좋은 데 쓰는 게 맞죠.



정연광 : 만약 우리 증조할아버지가 친일파였다고 합시다. 그리고 그 친일행위로 인해 재산이 생겼어요. 그렇게 해서 취득한 것이 1910년이라고 합시다. 그리고 그 후 시간이 흘러 2012년이 되었고, 후손들이 그 땅을 보유하고 있는데, ‘너네 증조할아버지가 친일파였으니 그 땅을 이제 국가가 가져가겠다!라고 말하는 거, 그거 후손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엄밀히 말하면 그 땅은 이제 후손땅인데(소유권이 대를 이어 넘어왔으니), 너네 증조 할아버지 잘못으로 국가가 가져간다고 하면. 그... 뭐죠? 연좌제? 맞다. 연좌제! 연좌제 아닌가요?


윤호상 : 에이, 연좌제는 아버지가 월북인사거나 뭐 그럴 때 아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거 잖아요? 이 경우는 연좌제 아니지 않나요?


정연광 : 뭔가 좀 찜찜합니다. 조 변호사님.
일단 기본적으로 내 잘못도 아닌데, 할아버지 잘못으로 인해 내가 책임을 진다는 구조. 이거 뭔가 연좌제적인 냄새가 나는데, 어떻게 봐야 할까요?



# 3. 연좌제에 대한 일반적 고찰


가. 의미


우선 연좌제(緣坐制, implicative system)에 대해서 한번 알아볼까요?

연좌제는 범죄인과 어떤 관계가 있는 자까지 함께 형사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우리가 군대에서 말하는 단체기합 비슷한 거죠. 물론 그 정도는 훨씬 세지만. 고대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범죄인과 어떤 관계가 있는 자까지 함께 형사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가 있었답니다.


나. 역사적인 기원


중국에서는 전국시대에 이미 연좌제가 시행된 기록이 《사기(史記)》에 보입니다. 즉,
진(秦)의 상앙(商鞅)이 국민을 10호 · 5호로 조직하여, 그 중 1인이 죄를 지었을 때 다른 사람도 처벌하였던 이른바 십오지제(什伍之制)가 그 예입니다.



그 후 이 연좌제는 당률(唐律)에 계승되었고, 당률은 명률 · 청률로 답습되었으며, 한국과 일본은 이 당 ·명 · 청률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다. 삼족, 구족을 멸하라.


우리나라도 근대형법이 시행되기 전인 조선 후기까지 연좌제가 시행되었습니다.

예컨대, 반역죄를 범한 자의 친족 · 외족 · 처족 등 3족이 연루하여 처벌을 받던 것이지요. 우리가 사극을 보면, 왕이 어명으로 ‘3족을 멸하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 바로 대표적인 연좌제입니다.


때로는 친족뿐만 아니라 교우(交友)·학파(學派) 또는 출신 향리(鄕里) 등의 관계로 연루되어 화를 입는 일이 많았고, 그 결과 반역자의 향리를 군(郡)에서 현(縣)으로 강등시키는 등 향리인 전체가 불이익한 처우를 받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삼족을 멸하는 것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구족을 멸하라는 것이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황제의 권력에 도전한 대역죄인의 최고 형벌은 당사자를 중심으로 혈연관계에 있는 9족을 모두 멸하는 ‘주구족’(誅九族)이었습니다.


주구족은 수(隋) 양제가 처음 입법했습니다.


그 전엔 진시황이 정한 ‘주삼족‘(誅三族)의 형벌에 따라 대역죄인 본인과 아들, 손자까지 처형했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주십족‘(誅十族)을 시행했던 이가 바로 명(明) 3대 황제 영락제(永樂帝)였습니다.



대학자 방효유(方孝孺)가 황제의 취임사 쓰기를 거부하고 오히려 모욕까지 한 일이 벌어지자 영락제는 크게 노하여 “莫說九族 十族何妨(구족에 머물지 말고 십족까지 나아가라)”고 칙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십족은 혈족인 구족이외 제자와 친구까지도 모두 연루시키라는 말입니다. 무섭지요?


라. 좀 더 폭넓은 연좌제의 의미


연좌제라 할 때, 좁은 의미로는 친족관계로 연루되어 형사책임을 지는 제도를 의미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친족 이외의 자의 형사책임뿐만 아니라 기타 불이익한 처우를 받는 경우까지도 모두 포함해서 말하기도 합니다.

즉, 단순히 친족이 ‘형사책임’을 지는 것 외에 기타 사회적으로 불이익한 처우 전체를 연좌제라고 합니다.


마. 연좌제의 공식적인 폐지


근대형법은 형사책임개별화의 원칙(형사책임은 행위자 본인만이 져야 한다)에 따라 연좌제를 금지하였습니다.

한국에서 (형사처벌에 대한) 연좌제도가 폐지된 것은 1894년의 갑오개혁 때입니다.



그 해 6월 칙령(勅令)으로 “범인 이외에 연좌시키는 법은 일절 시행하지 마라(罪人自己外緣坐之律一切勿施事)”고 하는, 일종의 형사책임개별화원칙이 선언됨으로써 연좌제가 폐지되었습니다.


그러나 광복 이후에도 여러 번 문제가 되었고, 형사책임 이외의 불이익한 처우를 과하는 일이 다분히 많았습니다.


예컨대
, 사상범의 가족 또는 친족임이 신원조회에서 밝혀지면 고급공무원으로 임명이 거부되거나, 해외여행이나 출장 등을 제한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이러한 불이익한 처우는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특수사정에 기인한 것이나, 근대법 원리에는 위배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제5공화국 헌법에서는 국민총화를 기하려는 취지에서, 국민이 연좌제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특별히 금지 규정을 신설하게 되었답니다.


# 4. 연좌제가 헌법에도?


윤호상 : 거참, 깊이 따져들어 보니 연좌제라는 것도 꽤나 복잡하네요?


정연광 : 소설들을 보면 주인공의 아버지가 월북인사라서 주인공이 여러면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를 흔히 접하게 되지요.


윤호상 : 일단 친일문제와는 별도로 ‘연좌제’는 좀 문제가 있긴 있는 것 같네요. 내 일도 아닌데 책임을 진다는 것은 좀...


정연광 :
그럼 우리 헌법에도 연좌제 금지 규정이 있다는 말씀이지요?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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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일까? - 연재 안내>


# 1

2010년도에 출판된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사회적으로 큰 열풍을 일으키는 현상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막상 그 책을 읽어보면 상당히 난해한데, 100여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다는 사실은 그 만큼 우리 사회가 ‘정의’나 ‘공정’에 대한 갈증이 있으며, 아울러 ‘불의’나 ‘불공정’에 대한 고민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됩니다.



# 2

샌델 교수의 책을 꼼꼼이 보면서 ‘굳이 미국 사례가 아닌 국내 사례 중에도 정의나 공정을 고민해 볼 만한 문제가 정말 많지 않을까?’라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나아가 샌델교수가 벤덤, 칸트, 롤즈를 인용하는 데서 더 나아가 동양의 다양한 철학적 논거가 가미된다면 좀 더 우리 입맛에 맞는 컨텐츠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아울러,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예전보다 더 각박해진 듯한 세상인심을 보면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논리’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논리’에는 어떤 장, 단점이 있을까를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는 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 3

대립된 입장이 충돌하는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소송입니다.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 결정, 대법원 판례야 말로, 대립되는 양 당사자가 짧게는 4-5년 길게는 10년을 치열하게 대립한 분쟁의 결과물입니다.


그 내용을 짚어보면 서로 상반되는 논리가 치밀하고 정교하게 정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양심적 집총거부, 사형제 폐지논란, 기부입학제의 정당성, 친일재산 환수문제, 종부세 부과 등,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만큼 다양한 쟁점들이 우리나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치열한 논쟁을 거쳤습니다.


 

변호사로서, 법률, 판례에 기초해서, 다양한 사회적인 쟁점들이 포함하고 있는 대립되는 가치관과 논리를 쉽게 풀어내는 일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4

언제부턴가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만 먹고 있었는데, 일단 신발 끈 메고 달리기 시작하는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시작합니다.

법학도로서 법적인 접근을 기본으로 하되, 그 속에 철학과 역사적인 생각 ‘꺼리’를 같이 던져보고자 하는 무모한 욕심도 가져 봅니다.

이 연재의 제목은 ‘정의란 무엇일까?’로 잡았습니다.


# 5

이 작업은 제 나머지 반생(半生) 동안 계속할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이클 샌델교수가 자신의 책에서 소크라테스를 인용하면서 그랬지요? 자신은 말 등에 있는 ‘등에(horse fly)’처럼 자꾸 말을 괴롭히는 역할을 맡겠다구요.

즉, 자꾸 생각하게 하고 고민하게 하는 화두를 던지면서, 결코 ‘쉽게 속단하지 않도록’ 괴롭히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하던 그 말.


 

저도 감히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가 어떤 사회현상에 대해서 너무 쉽게 이야기하고 속단할 것이 아니라 좀 더 깊이 고민할 수 있는 화두를 던지는 일을 함에 있어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 6

이 작업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조심스럽게 꾸준히 한 걸음씩 나가보리라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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